쿠팡이 29일 3370만명 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보상안으로 개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 지급을 발표한 가운데, 보상액 대부분이 쿠팡의 본업인 빠른 배송 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여행 상품 전문관 '쿠팡트래블'과 명품 전문관 '알럭스(R.LUX)'에 집중돼 있어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상안을 접한 소비자들 일각에선 "사실상 서비스 광고 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X(옛 트위터) 이용자가 쿠팡이 29일 발표한 1인당 5만원 상당의 보상안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모습. /X 캡처

쿠팡은 이날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 고객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1조685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말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의 고객을 대상으로, 내년 1월 15일부터 1인당 총 5만원 상당의 1회 사용할 수 있는 구매 이용권 4가지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이 발표한 보상안은 로켓배송·로켓직구·판매자 로켓·마켓플레이스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 상품(2만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고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쿠팡과 쿠팡이츠에 대한 보상 금액은 1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4만원은 쿠팡의 별도 서비스에 할당됐다.

쿠팡트래블은 숙박(호텔·리조트·펜션/캠핑), 국내·해외 패키지, 항공권/에어텔, 티켓·패스·현지 투어, 렌터카 등 여행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여행 전문관 서비스다. 지난 2022년부터 해외 여행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알럭스는 쿠팡이 운영하는 럭셔리(명품) 뷰티 중심의 버티컬 서비스다. 로켓배송(Rocket)과 럭셔리(Luxury)의 합성어로,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품격에 차별화된 로켓 서비스를 더해 전에 없던 쇼핑 경험을 선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알럭스는 지난해 10월 출시됐고, 별도 전용 앱을 운영하고 있다.

한 네이버 카페에 쿠팡의 보상안을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들이 달린 모습. /네이버 카페 캡처

이날 보상안을 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상액 규모와 내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한 X(옛 트위터) 이용자는 "쿠팡트래블, 알럭스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고 실제 보상액은 5000원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이용자도 "보상안을 뜯어보면 사실상 보상 규모는 1만원이고, 나머지는 프로모션용 쿠폰"이라고 썼다.

보상액 규모 자체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유사 개인정보 유출 사례에서 법원이 제시했던 배상액은 1인당 10만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법원은 2014년 KB국민·NH농협·롯데카드에서 고객 이름, 주민등록번호, 카드번호 등 20종의 개인정보 1억여 건이 유출된 사건에 대해 1명당 최대 1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발생한 2016년 인터파크, 2024년 모두투어 개인정보 유출 사례에서도 모두 1인당 10만원 배상 판결이 나왔다. 올해 4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SK텔레콤(017670)에 대해서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1인당 10만원을 보상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쿠팡 측에선 최선을 다한 보상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의 자체조사 발표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유출된 소비자 계정 정보는 3000개 수준이고, 이마저도 제3자 외부 유출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불안 등을 감안해 3300만여명에 대한 보상액을 책정했다.

쿠팡의 보상안 발표는 30일부터 열리는 연석 청문회를 앞두고 발표됐다. 청문회를 앞두고 쿠팡의 김범석 의장도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 정부와 협력해 조사를 벌였다는 점 등이 담겼다. 청문회 참석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고 국회에는 예정된 일정으로 참석하기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