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체크아웃까지는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짐을 챙겨 로비로 모여들었다. 한 가이드가 '플레이앤스테이(Play&Stay)'라고 적힌 파란색 팻말을 들고 "가요대전, 버스!"를 외치자, 관광객들은 줄을 서 로비 앞에 준비된 버스에 차례로 탑승했다. 이후 버스는 곧장 한 공중파 방송사의 연말 특집 가요 프로그램 공연이 열리는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로 출발했다.

1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한 공연장. 관광객들은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식당에 들어가거나 쇼핑을 했다. 응원하는 아이돌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거나, 숏폼(짧은 동영상)을 촬영하는 이도 많았다. 이윽고 오후 5시 행사가 시작되자 관광객들은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며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에 환호성을 보냈다.

지난 25일 오후 9시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한 방송사의 연말 특집 가요 프로그램 공연이 마무리된 이후 무대 인사를 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정재훤 기자

이날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약 8500명은 놀유니버스의 글로벌 플랫폼 놀월드(NOL World)를 통해 티켓을 예매한 뒤 한국을 찾았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숙박이 포함된 플레이앤스테이 형태의 패키지를 구매했고, 나머지도 셔틀버스와 티켓이 연계된 상품을 구매했다.

플레이앤스테이는 공연 티켓과 공연장 인근 또는 도심의 숙박시설, 공연 현장의 체험 프로그램, 한정 굿즈, 셔틀·통역 등 교통수단과 편의 서비스를 하나의 패키지로 연결해 제공하는 상품이다. 케이(K)팝 아이돌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겪을 수 있는 여러 혼선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됐다.

일례로 이날 공연이 진행된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경우 외국인들이 공연장을 오가려면 택시를 따로 예약하거나, 인천공항까지 공항버스로 이동한 뒤 인스파이어 리조트 측에서 주기적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놀유니버스는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은 물론 홍대, 광화문, 합정 등 외국인들이 자주 머무르는 장소에서 공연장까지 오고 가는 셔틀버스를 별도로 제공한다.

지난 25일 놀유니버스가 제공하는 셔틀 버스가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 주차장에 일렬로 세워져 있는 모습. 이 버스들은 서울 내 일부 호텔 및 홍대, 광화문 등 주요 관광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태우고 왔다. /정재훤 기자

이 같은 구성은 한국어 소통이 힘든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 이날 공연이 끝난 저녁 9시 이후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 인근 도로는 택시 수백 대가 몰리며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다. 한 택시 기사는 길가에 서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향해 "서울 15만원"을 외치며 손가락으로 1과 5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놀유니버스의 패키지를 이용한 관광객들은 10시에 출발하는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어 여유롭게 공연을 즐기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놀유니버스는 지난 2023년 플레이앤스테이를 처음 출시한 이후 2년 만에 74개국 고객을 확보했다. 최근까지 50여 개가 넘는 공연 연계 상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콘서트 외에도 클래식 공연, 댄스 퍼포먼스, 스포츠 경기 등으로 장르를 다각화하며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9시 30분쯤 수많은 택시들로 인해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 인근 도로 교통이 마비된 모습. /정재훤 기자

올해 플레이앤스테이 예매 건수는 관련 상품이 처음 출시된 2023년과 비교해 약 16배 늘었다. 또 플레이앤스테이를 통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체류 기간은 78% 늘었고, 91%의 이용객이 재구매 의사를 밝혔다.

놀유니버스는 한국에서의 플레이앤스테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대만 등 K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는 해외 국가로의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현지 협력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각종 여행 콘텐츠와 호텔 숙박을 연계해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놀유니버스는 최종적으로 글로벌 메가 콘텐츠 허브를 주도적으로 유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 K콘텐츠 중심의 글로벌 관광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이철웅 놀유니버스 대표는 "고객 행동에서 쌓이는 여러 데이터에 기반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경험을 더욱 매끄럽게 다듬어나가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