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을 맞아 대형마트의 와인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와인 가격대는 저가에서 중저가로 확대되는 한편, 브랜드·스타일·품종 등 취향도 다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9일까지 이마트(139480)의 와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70% 증가했다. 연말 이마트 와인 매출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 것은 약 3년 만이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와인 소비가 급증한 데 따른 기저 효과가 반영된 2023년, 2024년과는 대조적이다. 재작년과 작년 같은 기간 이마트 와인 매출은 각각 5%, 2% 감소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최근 국내 주류 소비량이 소주, 맥주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와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말 회식 문화가 줄어든 반면,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혼술(혼자 마시는 술) 문화는 확산한 영향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이마트, 롯데마트의 소주, 맥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반면, 와인 판매량은 각각 12%, 20% 증가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소주와 와인 매출 비중 격차가 1%포인트(p) 수준으로 좁혀진 상태다.
이마트의 경우 하반기 최대 와인 행사 기간까지 겹치면서 연말에도 매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기업 회생 여파로 전체 물량이 줄면서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와인을 마시는 문화가 대중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른바 '가성비'로 불리는 저가 와인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본인 취향에 맞는 중저가 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기준 이마트 와인 매출을 가격대 별로 보면 3~5만원대는 전년 대비 32.5%, 5~7만원대는 27.8%, 7~10만원대는 16.2% 증가했다. 10만원 이상 고가 와인 매출은 10.6% 늘었다.
연말 선물이나 기념을 위해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이탈리아 슈퍼 투스칸 등 특정 국가나 지역, 와이너리의 프리미엄 와인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레드는 물론 화이트 품종에 대한 선호도 역시 다양해졌다.
대형마트 업계는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 매출 확대를 꾸준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와인 소비 증가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품목과 물량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고아라 이마트 와인 바이어는 "최근 소비자들은 와인을 살 때 할인율보다 '어떤 상품인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앞으로도 고객 취향 변화에 맞춰 중가·프리미엄 와인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