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4분기 경영 활동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롯데쇼핑(023530)이 연초 목표로 내건 매출 14조원·영업이익 6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사업이 수익성을 개선하며 선방했지만, 마트와 슈퍼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하며 발목을 잡았다. 롯데온으로 대표되는 e커머스(전자 상거래) 사업 역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롯데쇼핑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해 실적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내수 경기 침체로 본업 경쟁력 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그룹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롯데쇼핑 계열사 대표진을 대거 교체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올해 실적 추정치는 매출 13조8443억원, 영업이익 556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1%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7.6% 늘어나는 것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올해 2월 진행한 2024년도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실적 목표로 매출액 1조4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4분기 실적을 합산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쇼핑은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0조2165억원, 영업이익 31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2% 줄었다. 수익의 대부분은 백화점이 견인했다. 1~3분기 국내 백화점 부문 매출은 2조29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2.9% 늘어난 2707억원으로 집계됐다. 본점·잠실점·부산 본점·인천점 등 대형 점포 위주로 판매 실적이 개선됐고, 외국인 관광객 손님이 증가한 덕이다.
반면 롯데마트·슈퍼를 운영하는 그로서리 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올해 1~3분기 그로서리 부문 매출은 3조88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줄었고, 28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롯데온으로 대표되는 e커머스 사업 역시 1~3분기 누적 266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 책임 경영에 나서며 실적 개선 의지를 보여 왔다. 그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5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공동 대표이사직도 맡았다. 신 회장은 복귀 이후 상반기 롯데쇼핑 이사회에 대부분 참석하며 서울 서부권 개발 사업 계획 변경,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신규 출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사업권 반납·재입찰, 롯데팩토리아울렛 가산점 폐점, 롯데백화점 일부 자산 매각 등 굵직한 의사 결정에 관여했다.
신 회장은 올해 초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빠른 시간 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 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경영 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지난달 발표한 2026년도 정기 인사에서 강도 높은 인적 쇄신에 나서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각 계열사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9년간 유지한 사업 총괄 체제를 폐지했고, 이에 따라 기존 유통 분야를 총괄하던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은 용퇴했다.
이와 함께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슈퍼, e커머스 사업부 등 대표이사 다수를 교체했다.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는 정현석 롯데백화점 아울렛사업본부장이,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가 각각 선임됐다. e커머스사업부 대표이사는 추대식 롯데e커머스 기획관리부문장(전무)이 승진하며 선임됐다.
롯데쇼핑은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첨단 자동화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센터는 영국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의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됐다. 롯데쇼핑은 상품 변질, 품절, 누락, 오배송 등 기존 온라인 장보기의 불편 요소를 개선하고, 배송 품질과 고객 만족도를 높여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 수익성 개선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실질임금 상승, 방한 외국인 증가,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국내 소비 지출의 점진적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고급 소비재 영역인 백화점 부문이 내년에도 수익성을 견인하는 가운데, 마트·슈퍼의 실적 반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