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명품 소비 심리가 개선되며 백화점 업계가 훈풍을 맞은 가운데, 현대백화점(069960) 판교점의 매출 2조원 달성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판교점은 상반기 약 9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통상 4분기가 백화점 매출이 늘어나는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매출 2조원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22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 940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8525억원)와 비교하면 10.3%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난해 매출은 1조7314억원으로 전국 68개 백화점 점포 중 5위를 기록했습니다.

판교점은 수도권 백화점 중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이어 두 번째로 큽니다. 지하 6층, 지상 10층 규모로 영업 면적은 9만2578㎡(2만8005평)에 달합니다. 2015년 8월 개점 첫해 8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매년 최대 매출을 경신해 왔습니다. 개점 5년 차인 2020년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서울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을 꺾고 현대백화점 내 1등 점포로 올라섰습니다.

판교점은 2022년에는 경기권 백화점 최초로 에르메스를 유치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현재 루이비통을 비롯해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 반클리프 아펠 등 주요 명품 주얼리 브랜드도 대거 입점해 있습니다.

판교점은 지역 특성상 소득 수준이 높으면서 비교적 젊은 직장인 VIP 비율이 높습니다. 판교점의 VIP 고객 중 20·30대 비율은 2023년 30%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3.4%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이 지난해 판교점에서 구매한 금액은 전년 대비 31.3% 늘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과 더현대서울에서 30대 이하 VIP들만 들어갈 수 있는 전용 공간인 '클럽YP 라운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판교점은 올해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경쟁력 확보에 공을 들였습니다. 1월에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가 입점했고, 5월에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 하이주얼리 브랜드 레포시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8월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고야드(GOYARD)의 국내 다섯 번째 매장이 입점했습니다. 고야드는 기존까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센텀시티 등 전국 4곳에만 입점해 희소성이 높은 브랜드로 꼽힙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지난 8월 고야드 매장 입점을 기념해 전 세계 단독 상품으로 한정 판매한 '벨루가 미니백'. /현대백화점 제공

올해 국내 백화점들은 회복된 명품 소비 심리에 힘입어 높은 수준의 브랜드 라인업을 갖춘 주력 점포를 중심으로 매출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국 매출 1위 점포인 신세계(004170)백화점 강남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조73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2위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매출은 7.6% 늘어난 1조592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달 발표한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백화점의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증감률 추이는 7월(11.3%), 8월(12.4%), 9월(12.6%), 10월(19.5%) 등 지속 상승했습니다.

훈풍을 맞은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은 올해 누적 매출 3조원 달성 시점을 지난해보다 3주씩 앞당겼습니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달 7일,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이달 4일 각각 누적 매출 3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또 대전 신세계백화점 아트앤사이언스(Art&Science)점도 이달 21일 중부권 백화점 역사상 최초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만약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올해 매출 2조원을 넘기지 못한다고 해도, 내년엔 달성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전망입니다. 차량 10분 거리에 있는 롯데백화점 분당점이 내년 3월 영업 종료를 예고하면서, 고객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보이는 덕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연간 매출액이 조 단위를 넘기는 것은 점포 경쟁력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