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미지수인 탓이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 일회용 컵값을 따로 부과하겠다는 방침은 지난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면서 발표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예정이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자에게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플라스틱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하고 유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담은 탈(脫) 플라스틱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식품접객업소 등에서 종이컵 사용은 규모가 큰 카페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한다. 빨대의 경우 노약자에 한해 소비자가 원할 경우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제공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모습. /연합뉴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이를 유료화로 전환하자는 얘기가 나온 직후 소비자 단체 등에서는 커피 등 음료값이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이 줄어야 환경 보호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되는 정책이지만, 불편과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는 예컨대 3800원짜리 아메리카노에 일회용 컵값이 포함돼 있었다. 탈(脫) 플라스틱 정책이 시행되면 커피값을 3600원으로 내리고 컵값을 200원만 붙이는 것이 맞겠지만, 현실에서는 3800원짜리 아메리카노에 일회용 컵값 200원이 더 붙어 4000원에 판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컵 가격과 음료 원가를 어떻게 구분할 건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커피 가격만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일회용 컵 가격을 어떻게 산정할지가 고민이다. 납품 가격이 정확히 있는 곳도 있지만, 다른 재료들과 합산해 점주들에게 넘기는 곳도 있는 탓이다. 프랜차이즈마다 일회용 컵값이 천차만별인 것도 고민거리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일회용 컵을 공급받고 점주들에게 내주는 가격이 업체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이 공개되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업장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 사이에서도 소비자 가격 책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업장을 이용하지 않는 포장 소비자(테이크아웃)에게 가격을 1000원가량 더 깎아줬었기 때문이다. 업장 정리 비용이나 회전율 등을 감안한 것이다. 그런데 일회용 컵에 가격을 매기면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할인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자영업자는 "포장 소비자에게 할인해 주다 보니 프랜차이즈 저가 커피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었는데, 탈 플라스틱 정책이 시행되면 다시 계산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과거 종이 빨대 의무화 제도가 도입됐다가 유예되는 과정에서 혼선이 컸었다는 점도 탈 플라스틱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이번엔 일회용 컵뿐 아니라 종이컵도 무상제공 금지 대상에 포함될 정도로 범위가 넓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키즈카페 관계자는 "부모가 음료를 시키고 어린 자녀들에게 조금씩 나눠주기 위한 종이컵 소비는 필요하다"며 "이걸 모두 그릇으로 바꾸자니 점주도 소비자도 불편하다. 종이컵도 무료로 제공하면 안 된다고 하니 설거짓거리만 엄청나게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업무 보고를 받은 이재명 대통령도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업무 보고를 받은 직후 이 대통령은 "제도를 만들 때는 실현 가능성이나 국민 편의 등을 전부 고려해야 하는데 필요성만 고려하다 보니 저항도 생기고, 비난도 받고 정책의 신뢰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환경 정책에선 그런 점이 많지만, 신경을 각별히 썼으면 한다"고 했다.

앞서 플라스틱 일회용 컵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문재인 정부부터 시행됐다. 당시엔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을 경우 보증금(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점주와 소비자 모두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윤석열 정부에서 유명무실해졌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과도한 일회용품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며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