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 11곳의 순이익과 순손실을 뒤바꿔 공시하고도 최소 6개월간 잘못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올해 6월 반기보고서에 롯데호텔홀딩스USA의 당기순이익을 3130억원으로 공시했다. 실은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3130억원 손실을 본 것이었는데도 그대로 방치됐다. 이는 올해 9월 분기보고서까지 이어졌다. 롯데호텔홀딩스USA는 호텔롯데가 지분 100%를 가진 곳이다. 미국 맨해튼 뉴욕팰리스호텔 등을 보유한 호텔롯데의 미국 법인이다.

순이익 또는 순손실 기준./ 그래픽=정서희

이 밖에도 같은 기간 롯데면세점싱가포르, 호텔롯데홀딩스홍콩, 롯데호텔아라이, 롯데호텔블라디보스토크, 롯데월드베트남 등 11개 계열사의 순이익과 순손실이 뒤바뀌는 공시 오류가 있었다. 2279억원의 순손실을 본 롯데면세점싱가포르는 2279억원 순이익을 낸 법인으로, 252억원 순손실을 낸 호텔롯데홀딩스 홍콩은 252억원 순이익을 낸 법인으로 공시됐다. 롯데호텔아라이는 102억8400만원 순손실을 냈지만 그만큼 순이익을 낸 것으로 공시됐다.

반대로 순이익을 내고도 순손실을 낸 회사로 표기된 곳도 있었다. 롯데호텔블라디보스토크는 16억7800만원 수익을 냈는데, 그만큼 손실을 본 것으로 공시됐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계열사로서 비상장사지만 자본시장법을 적용받는 사업보고서 의무 제출 법인이다. 규모 탓에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외감법)도 적용받는다. 현행법상 자산 총액 120억원 이상, 부채 총액 70억원 이상, 매출액 100억원 이상, 종업원 100명 이상 중 2가지를 충족하면 외부감사 대상이다.

호텔롯데처럼 사업보고서상 공시 오류가 발생하면 금융감독원에서 중요성, 고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자본시장법과 외감법에 따라 해당 법인에 위반 사항을 조치한다. 사업보고서 기재 내용 오류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조치하고, 분식회계 등 회계적인 이슈가 있으면 외감법에 따라 제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이 사항이 발생하면 우선 법인 측에 경위서를 요구한 다음 경(輕) 또는 중(重)의 조치를 한다"며 "통상 숫자나 부호 하나만 이상이 있다면 과징금, 과태료 같은 중조치보다는 경고·주의 같은 경조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을 들여다봐야 하지만, 단순한 기재 실수라면 정정 요구만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실무 차원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관련 부서에서 정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