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생태계를 장악한 쿠팡은 업계 안팎에서 대규모 인재를 흡수해 왔지만, 이직과 퇴사 빈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짧은 근속연수가 고착화된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과 다른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산업 특성과 더불어 쿠팡 특유의 조직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쿠팡의 평균 근속연수는 약 3년이다. 통상 근속연수는 기업의 급여·복지 수준이나 업무 환경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는데, 대기업은 10년을 넘는 게 일반적이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뉴스1

◇ 근속기간 1년 미만이 최다

근속기간별로 보면 1년 미만이 3732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2년 이상 3년 미만(1363명), 4년 이상 5년 미만(1307명), 3년 이상 4년 미만(1018명) 순이다. 5년 이상부터는 1000명 아래로 떨어져 꾸준히 줄다가 9년 이상 10년 미만(242명), 10년 이상(445명)이 소폭 반등했다.

쿠팡은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2만명 넘는 인력을 채용했는데 같은 기간 회사를 떠난 인원도 적지 않다. 2017, 2022, 2023년에는 입사자보다 퇴사자 수가 많았다. 특히 2022년에는 입사자(6432명)의 두 배에 달하는 1만2864명이 퇴사했다. 2023년에는 퇴사자(1만4422명)가 입사자(5179명) 수의 2.5배였다.

물류 전문 계열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분사되면서 직고용 배송 인력인 쿠팡친구(쿠친)가 퇴사 처리된 영향이다. 현재는 쿠친 외에 쿠팡CLS와 협력하는 대리점 소속의 '퀵플렉스'도 쿠팡 배송 인력으로 일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짧은 근속연수가 이커머스 산업 특성과 연관이 있다고 평가했다. MD(상품기획자)나 개발자 등 개인 역량 의존도가 높은 직무 비율이 높고, 시장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이직이 잦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네이버와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처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인재 확보에 나선 경쟁사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에선 특정 브랜드를 맡거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일정 기간 경험을 쌓고 나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신규 업체가 계속 생기면서 연봉 등을 높일 기회도 적지 않은 반면, 오프라인 유통사는 조직 구조나 처우가 비슷해 옮길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패션, 식품을 대표하는 이커머스 업체인 무신사, 컬리, 오아시스의 평균 근속연수도 2년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반기 보고서 기준 무신사와 컬리는 2.2년, 오아시스는 2.3년이다. 대기업 계열인 G마켓, SSG닷컴(쓱닷컴), 롯데온, 11번가 등은 5년으로 비교적 긴 편으로 추정되는데, 오프라인 유통업체나 대기업 제조업체에 비하면 여전히 짧다.

일러스트=이은현

◇ 쿠팡 특유의 조직 문화가 원인 시각도

일각에선 쿠팡 특유의 조직 문화를 인력 이탈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신규 입사자를 위한 온보딩 교육이나 선후배 네트워킹 등 조직 적응을 돕는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1년도 안 돼 이직이나 퇴사를 결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별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업무 강도나 성과 압박이 심하다는 평가도 있다.

쿠팡은 개인 성과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인사 평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임직원 사이에선 이중 하위 10%에 강제 할당되는 LE(리스트 이펙티브) 등급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LE를 연속으로 받으면 참여해야 하는 성과 향상 프로그램(PIP)도 사실상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수단이라는 지적이 많다.

앞서 쿠팡 노동조합(노조)은 9월 임직원 대상으로 LE 제도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쿠팡 노조는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96%는 LE 및 PIP 제도가 불공정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답했다"며 "심리적 부담 증가, 업무 의욕 저하 및 몰입도 감소를 호소한 응답자는 78%였고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한 경우도 70%"라고 했다.

올해 들어서도 쿠팡의 잦은 인력 교체는 지속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쿠팡의 고용보험 취득·상실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쿠팡이 신규 채용한 인원(고용보험 신규 가입자 수)은 월평균 475명이다. 같은 기간 퇴사 인원(상실자 수)은 약 370명이다. 쿠팡 전체 임직원 수는 1만2000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