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051900)이 추진하는 음료 사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8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자회사 해태htb(옛 해태음료)를 매물로 내놨지만, 마땅한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해태htb 딜 클로징(거래 종결)이 지연되고 있다. 올해 8월 매각 검토 사실이 처음 알려지고, 업계 안팎에서 관심받았지만 현재는 진행 중인 협상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생활건강 음료 자회사 해태htb의 주요 제품. /LG생활건강 홈페이지 캡쳐

당초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커피 운영사 앤하우스가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지만, 가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협상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메가커피) 이후로는 진전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해태htb는 LG생활건강 음료 사업 부문에서 코카콜라와 함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0년 지분 100%를 인수해 2016년 사명을 바꾼 기업으로 갈아만든배, 코코팜, 봉봉, 썬키스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본업인 화장품 사업 부진이 심화하면서 해태htb를 비롯한 비핵심 자산 정리에 나섰다. LG생활건강 3분기 매출액은 1조5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462억원으로 56.5% 급감했다. 같은 기간 화장품 매출은 26.5% 감소한 4710억원, 영업적자 588억원을 기록했다.

해태htb의 경우 최근 원가 부담, 음료 소비 트렌드 변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140억원, 영업이익은 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 74%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4억8379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메가커피는 해태htb의 음료 생산 역량에 특히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태htb는 천안, 평창 등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메가커피가 회사를 인수해 캔·컵커피 등 가공 음료를 생산해 유통 채널 다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메가커피 측은 인수 제안을 받거나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인 운영 능력도 따져봐야 하지만 메가커피도 그렇고 결국은 가격이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태htb 몸값은 약 2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음료 시장 경쟁이나 전망을 감안하면 다소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LG생활건강 대표이사가 교체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해태htb 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향후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LG생활건강은 10월 1일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