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고의 책임을 지고 박대준 쿠팡 대표가 10일 물러난 가운데, 임시 대표로 선임된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CAO & General Counsel)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2020년 쿠팡에 합류한 로저스 임시 대표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법무와 운영 전반을 총괄한다. 한국 법인의 위기 상황을 본사가 직접 수습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미국 쿠팡 Inc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CAO & General Counsel). /쿠팡 제공

로저스 임시 대표는 1977년생 미국 국적의 법률·경영 전문가다. 브리검영대(BYU)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박사(J.D.)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졸업 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재학 중 MBA를 포기하고 쿠팡을 창업한 김 의장과 동문이다.

로저스 임시 대표는 2006년부터 10년간 미국 로펌 시들리오스틴(Sidley Austin LLP)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며 기업 소송·규제 대응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글로벌 통신 기업 밀리콤(Millicom International Cellular)에서 최고윤리준법책임자(Chief Ethics & Compliance Officer)를 지내며 글로벌 기업의 법무·리스크 관리 조직을 총괄했다.

로저스 임시 대표는 2020년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로 합류했고, 2021년 12월부터 법무 총괄을 맡고 있다. 현재 김 의장이 이끄는 미국 본사에서 경영·법무·리스크 관리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로저스 임시 대표는 2022년 주한 미국 대사와 한국 정부 인사들이 대구 쿠팡 풀필먼트 센터에 방문했을 당시 한국을 찾아 현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12월 쿠팡 대구풀필먼트센터를 찾은 이종화(왼쪽부터)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해롤드 로저스 쿠팡 법률고문 겸 최고행정책임자,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 대사, 강한승 전 쿠팡 대표이사, 엄열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쿠팡 제공

업계는 이번 인사를 두고 쿠팡 측이 정보 유출 사태를 '본사 관리 체제'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본다. 쿠팡은 이번 로저스 임시 대표 선임 배경에 대해 "모회사 쿠팡 Inc가 이번 사태를 적극적으로 수습하고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임시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고객 불안을 해소하고, 대내외적인 위기를 수습하는 한편 조직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로저스 임시 대표는 이날 쿠팡 내부 공지문을 통해 "지금 우리의 우선순위는 명확하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 보안을 강화하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직을 안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모든 팀을 지원하는 데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 직원들에게 조직 안정과 책임 있는 대응을 강조하면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는 17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이날 취임한 로저스 임시 대표 역시 청문회에 참석한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 불안 해소와 위기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 만큼, 로저스 신임 대표가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