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설운도가 출연한 G마켓 광고. /G마켓 유튜브 캡처

대표곡 '상하이 트위스트'로 수십 년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트로트 가수 설운도가 오른손엔 재킷, 왼손엔 청바지를 들고 흔들며 "상의하의(상하이) 트위스트"를 열창한다. 로커 김경호는 대표곡 '금지된 사랑'의 후렴구에서 '토마호크(갈비뼈를 감싸는 갈빗살이 등심에 붙어 있는 도끼 형태로 정형된 고기)'를 쥐고 "같은 날에 토마(떠나)"를 외친다.

G마켓이 올해 9월부터 시리즈 형태로 선보이고 있는 할인 행사 'G락페'와 겨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진행한 '빅스마일데이' 광고 캠페인이 잇단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광고는 김경호·박완규·체리필터부터 설운도·김종서·환희·민경훈·에일리 등 장르별 유명 가수를 대거 기용, 대표곡과 쇼핑 카테고리를 언어유희로 결합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광고에 출연한 가수들은 다소 진지한 분위기에서 노래를 시작하다, G마켓에서 판매하는 행사 상품을 들고 후렴구 가사를 비틀어 부른다. 박완규 '천년의 사랑'의 가사 "사랑했기 때문에"는 "사랑했기 태블릿"으로, 민경훈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의 가사 "Far away you are my sunshine we were together(파 어웨이 유얼 마이 선샤인 위 워 투게더)"는 "활어회 물회 원샷 우럭 두 개 더"로 탈바꿈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 4일 서준석 G마켓 브랜드마케팅팀 피플리더(팀장)이 서울 역삼동 G마켓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G마켓 제공

15초 분량의 광고에서 G마켓 로고나 할인 행사 설명이 등장하는 부분은 마지막 5초로 짧지만,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TV에서 광고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다시 찾아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G마켓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민경훈과 김경호가 등장한 광고는 각각 780만, 74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설운도와 에일리가 나온 광고의 조회 수도 720만회, 530만회를 넘었다. 유튜브 사용자들이 G마켓 광고를 재가공한 콘텐츠도 쇼츠(shorts) 형태로 확산하며, 회사가 직접 올리지 않은 게시물만으로도 수천만 회의 조회수가 쌓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비즈는 지난 4일 서울 역삼동 G마켓 본사에서 서준석 G마켓 브랜드마케팅팀 피플리더(팀장)를 만났다. 서 팀장은 광고를 비롯해 G마켓의 브랜딩 전략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이와 같은 파격적인 광고 캠페인을 진행한 배경에 대해 "G마켓과 고객의 관계를 다시 좁히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수 민경훈이 출연한 G마켓 광고. /G마켓 유튜브 캡처

─본인의 이력과 현재 맡은 업무를 소개하자면.

"종합 광고 회사 한컴과 애드쿠아 등을 거쳐 2017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했다. 지구(G9)라는 쇼핑몰의 브랜딩 전략을 맡다가, 2020년 G마켓에 합류해 기획팀, 브랜드마케팅팀 등을 거쳤다. 지금은 브랜드마케팅팀 피플리더(팀장)로서 G마켓을 알리기 위한 전략 수립, 광고 캠페인 등의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파격적인 광고의 기획 배경이 궁금하다.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는 항상 소비자 관심을 끌기 위해 고민한다. '핫딜', '초특가', '빅세일' 키워드를 앞세운 각종 프로모션이 자주 나타나고 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G마켓을 대표하면서도, 고객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게 하는 대표 프로모션을 만들고자 했다.

보통 우리는 기분 좋게 쇼핑할 때 "지른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여기서 착안해 매달 1~3일을 'G락페(G마켓 질러락 페스티벌)'로 정하고, 축제 같은 콘셉트의 할인 행사를 기획했다. '지르다'는 콘셉트는 자연스레 '록(rock) 음악'과 연결됐고, 가창력이 뛰어난 록 보컬을 내세워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로 확장시켜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기획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브랜드는 고객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G마켓이 유명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고객과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생각했다. 무턱대고 '할인 행사' 등만 내세우면 광고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봤다.

G마켓의 주 고객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활발한 문화적 경험을 한 3040 세대다. 이들과의 접점을 공략하기 위해 당시 정점에 있던 가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자연스럽게 다가가려 했다. 당시의 문화를 직접 향유하지 않았던 1020 세대도 콘텐츠에 적극 호응하고 있어, 잠재적인 고객 확장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가수 김경호가 출연한 G마켓 광고. /G마켓 유튜브 캡처

─광고의 흥행을 예상했는지.

"기획 단계까지만 해도 확신은 없었지만, 막상 촬영에 돌입하자 성공하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첫 촬영은 여름 을왕리에서 약 24시간에 걸쳐 진행됐는데, 더운 날씨에도 현장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출연 가수들도 현장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면서 콘텐츠 확장에 도움을 줬다."

─광고는 효과가 있었나.

"지난 9월 'G락페'의 첫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할인 쿠폰 7만장을 준비했는데 첫날 오전 모두 마감돼 물량을 2배가량 늘려야 했다. G마켓 트래픽도 광고 이후 약 20% 상승했다.

또 광고에 직접 등장한 상품들은 행사 시작 5~10분 만에 매진되는 등 판매 효과도 거두고 있다. 기존 고객들은 G마켓을 재방문하고, G마켓을 아예 몰랐거나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새로 찾아오고 있다."

─앞으로도 파격적인 광고를 이어갈 계획인지.

"매달 1~3일 진행되는 'G락페' 프로모션은 이제 겨우 4달째다. 이 프로모션은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G락페가 G마켓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될 수 있도록 고객들의 뇌리에 각인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 1월 자 광고 촬영은 이미 마쳤다. 예상하기 어려울 법한 여성 로커가 등장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