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국정감사와 국회 현안 질의에 잇따라 불출석해 온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고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올해 국감에 이어 3370만건에 달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질의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고발을 통해 책임을 묻는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 현안 질의에서 "김범석 의장에게 정무위 참석을 요청했으나 불참했다"며 "위원장으로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박대준 대표는 '이번 사태가 한국 법인에서 벌어진 일이며 내 책임'이라고 하는데, 김 의장은 한국 쿠팡 지분 100% 보유한 쿠팡Inc 의결권 74% 넘게 보유했고 쿠팡 전체 매출 90%는 한국에서 발생한다"며 "(김 의장은) 자기는 미국 국적이고 쿠팡Inc도 미국 상장사라는 이유로 국회의 부름에도 답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도 해외 체류를 이유로 정무위에 불출석했다. (김 의장을) 고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검은머리 외국인'인 김범석 의장은 한국의 인프라와 한국 국민의 정보를 활용해 한국에서 돈을 벌면서 한국에서 발생한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선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도 "(김 의장은) 국정감사에서도 2번이나 증인으로 불렀지만 나오지 않았다"면서 "정무위에서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는데 왜 안 나오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박 대표가 올해 김 의장을 단 한 번도 한국에서 만나지 못했다고 밝히자, 이 의원은 "1년 중에 일주일도 한국에 오지 않느냐"라고 따졌다.
이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예견된 사고'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의원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패스키'를 한국에 도입하지 않은 것을 언급하면서 "대만 쿠팡에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패스키를 개발해 도입했다고 한다. 한국엔 왜 도입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패스키는 비밀번호 없이 얼굴, 지문 등 생체인식이나 핀(PIN) 등을 활용하는 인증 방식이다. 외부 해킹과 탈취 위험이 적어 기업들이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로 사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패스키가 한국에 조속히 도입되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의 '원 아이디' 정책으로 인한 금융사고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원 아이디 정책은 쿠팡에 가입한 아이디(ID) 하나로 쿠팡페이 사용도 자동 가입되는 걸 말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태는) 쿠팡페이에 접속할 수 있는 대문이 뚫린 것"이라며 "금융사고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원 아이디 정책에 있어 쿠팡과 쿠팡페이가 사전에 합의된 상태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쿠팡페이만 전자금융업자로 돼 있어 규제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어제(2일) 쿠팡페이 현장 점검에 들어갔다. 확인되는 대로 검사 여부를 판단하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금감원을 정부의 합동조사단에 포함시켜 쿠팡 관련 정보를 살펴볼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스미싱과 같은 2차 피해 방지도 노력할 뿐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