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내부통제 부실이 정보 유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 전 직원이 이번 사태의 핵심 관련자로 지목되는 가운데 외국인 임직원 확대, 원격(재택) 근무 활성화 등이 맞물리며 관리가 느슨해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에서 근무 중인 통·번역사는 약 250~300명으로, 2021년 100명 수준에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대부분은 정규직이지만 일부는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있다. 외국인 임직원 비중이 높은 만큼, 원활한 업무나 회의 진행을 위해서는 실시간 통·번역이 필수적인 탓이다.

3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모습. /뉴스1

쿠팡은 그동안 '하이브리드(한국+글로벌)' 조직을 표방하며,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왔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달 기준 쿠팡 전체 직원 수는 1만220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 임직원은 1000여 명으로 1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전체 임직원 수, 외국인 직원 비중 등 인사 관련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사 관련 정보는 원칙적으로 대외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날 국회 질의에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요청한 '최근 5년간 중국인 채용 현황'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정보기술(IT) 직군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외국인 채용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일반적이진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서 근무 중인 한 개발자는 "쿠팡은 예전부터 중국뿐 아니라 인도, 미국 등 외국인 개발자가 많기로 유명했다"며 "IT 업계 전체로 봐도 (외국인 개발자가) 흔하진 않다"고 말했다.

쿠팡 통·번역사들은 IT는 물론 전략, 마케팅, 물류, 재무 등 다양한 사업부 회의에 참여해 동시통역을 하고, 업무에 필요한 자료 번역 등을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은 영어 통·번역사지만, 최근에는 중국어 통·번역사도 늘었다. 몇 년 새 중국과 대만 사업이 확대되며 중국어를 쓰는 직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팀이나 부서를 이끄는 관리직(디렉터)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쿠팡의 직급 체계는 아마존과 유사한 잡 레벨(Job Level) 방식으로 L1~12로 나뉜다. 숫자가 클수록 직급이 높다. 쿠팡은 한국 기업에서 임원 직전 단계인 이사급으로 보는 L7 이상에서 높은 연봉, 복지 혜택을 제공하며 해외 인재 영입을 지속해 왔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다양한 국적의 직원을 고용하고, 업무 환경을 다변화한다는 건 그만큼 내부 보안 체계 등 검증을 철저히 했다는 뜻이어야 한다"며 "그런 전제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개발자를) 썼다는 건 간첩이 와서 일했다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원격(재택)근무 활성화가 관리 구멍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가 아닌 곳에서 내부망에 접근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보안 공백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부서장 재량에 따라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는데, 문제가 된 직원이 속한 팀이나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원격근무가 자유로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국내외에서 재택근무 중 정보 유출이 발생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최근 대만 TSMC에서 전·현직 직원들이 재택근무 중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기밀문서를 열람한 뒤, 유출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돼 수사가 진행됐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에서도 각각 2021년, 2022년 재택근무를 하던 직원이 내부망에 접속해 기밀을 유출하려다 적발됐다.

권 교수는 "쿠팡을 비롯해 최근에 생기는 일련의 정보 보안 사고는 기본적인 것들을 점검이나 훈련 없이 늘 하던 대로 형식적으로 처리해 온 게 문제가 됐다"며 "내부 구성원들 스스로가 보안 중요성을 자각하고, 전문가에게 맡겨두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