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2일 사상 초유의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에서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에 대한 책임론을 집중 추궁했다. 김 의장 대신 증인으로 나선 박대준 쿠팡 대표는 "제 선에서 책임지겠다"라면서도 핵심 사실 관계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못하거나 의원실 요청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 '모르쇠' 태도를 이어가 질타를 받았다. 이에 과방위는 김 의장을 소환하는 청문회 개최를 검토한다.
이날 과방위에서 진행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 현장엔 박 대표와 브랫 매티스 쿠팡 CISO(정보보안 최고책임자)가 출석했다. 박 대표는 "이번 사태는 한국 법인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한국 사업 최종 결재권자로서) 끝까지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에 여야를 막론하고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김 의장의 행방을 묻는 질문을 쏟아내면서 김 의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쿠팡 실소유주이자 창업자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박정훈·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등이 "김 의장은 대체 어디 있느냐"고 연거푸 질의했지만, 박 대표는 "김 의장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다", "김 의장에게 보고했다"면서도 "김 의장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일관했다.
특히 의원들은 쿠팡 측의 자료 제출 태도를 비판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쿠팡 대관 인력이 40~50명에 달한다"며 "회장이나 사장 증인 출석 저지는 빠르게 하면서 자료 제출 요구엔 연락이 두절됐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도 "의원들에게 자료를 제출 받았다. (쿠팡 측에선) 자체 보안 시스템 관리 규정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고, 영업 비밀도 아니면서 (요청한 자료들을) 안 주려고 한다"며 "경찰 조사는 범죄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일 뿐, 이런 식으로 경찰 핑계를 대면서 답변하지 않으면 여야 간사 합의하에 김 의장을 증인으로 세우는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 측은 고객의 공동현관 비밀번호도 일부 유출된 점을 인정했다. 앞서 쿠팡은 고객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주문정보 일부가 노출됐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공동현관 비밀 번호 역시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차 피해'는 없다고 한 박 대표의 말과 달리 타오바오몰 등 중국 이커머스(전자 상거래)에서 쿠팡 계정이 한화 4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의원들은 쿠팡에 대해 최대 1조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도 촉구했다. 필요하다면 영업 정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법 위반 시 전년도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액이 약 42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징금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정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1조원대 과징금 부과 가능성에 대해 "유출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고 판단된다. (1조원대 과징금 부과도) 중점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매출액 규모 확정뿐 아니라 위반 행위의 중대성 등을 함께 고려해 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