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수개월에 걸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는 동안 전략적 거점으로 키우는 대만에선 '패스키(Passkey)'를 보급하는 등 보안 강화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쿠팡이 제2의 한국 시장으로 키우겠다고 집중 공략 중인 시장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사업을 챙기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대만에서 패스키 보급을 본격화하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패스키는 비밀번호 없이 얼굴, 지문 등 생체인식이나 핀(PIN) 등을 활용하는 인증 방식이다. 외부 해킹과 탈취 위험이 적어 기업들이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로 사용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14일 대만에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전용 패스키 기술을 독자 개발하고, 보급했다고 밝혔다. 패스키 보급을 토대로 안전한 쇼핑 환경, 소비자 보호 등 성과를 인정받아 대만 정부가 꼽는 '착한 전자상거래 기업(友善電商)'에 선정되기도 했다.
쿠팡 대만 홈페이지에는 "디지털 시대의 계정 보안은 모두의 관심사"라며 "쿠팡은 글로벌 표준 인증을 받은 패스키를 도입해 원클릭으로 안전하게 로그인하고 쇼핑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를 걸어놨다. 지난달 17, 19일에는 패스키 사용법을 곳곳에 게재했다.
쿠팡은 지난달 18일 약 4500개 계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인지하고, 20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에 신고했다. 이후 후속 조사 과정에서 정보 유출이 6월 24일부터 장기간 지속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유출 계정은 3370만개로 기존보다 약 7800배가 늘어났다.
대만은 쿠팡이 2022년 진출한 뒤 '제2의 한국 시장'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시장이다. 한국식 로켓배송을 그대로 도입해 현지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달 5일 미국에서 진행한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대만 시장의 장기적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창업주인 김 의장은 쿠팡의 실질적 오너지만, 미국 시장에 회사를 상장시킨 뒤 국내 사업은 경영진에게 맡기고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한 것은 물론 해외 거주를 이유로 국회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주로 미국, 대만을 오가면서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사태에서도 사실상 한발 물러나 있다.
하지만 국내 정보 유출 사태 파장이 커지면서, 대만 내 주요 언론 등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쿠팡 대만 현지법인은 지난달 29일 한국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언급하며 "조사 결과 대만 소비자 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관련 내용을 지속 조사 중이고, 유수 보안업체와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