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트렌드를 감지해 상품화하는 역량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전국 골목마다 자리 잡은 편의점은 사람들이 가장 자주 찾는 오프라인 접점인 만큼, 소비자 취향을 가장 먼저 체감하고 반영해야 하는 공간이 됐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해 10월 경상북도 김천시에서 열린 제1회 '김천김밥축제'와 협업해 '김밥쿡킹대회' 수상작 '오삼이 반반김밥'을 편의점 상품으로 구현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상품은 전국 CU 매장 출시 이후 약 3~4개월간 50만개가 팔렸다. CU는 올해 제2회 김천김밥축제와도 협업해 우승작 '호두마요 제육김밥'을 지난달 28일 출시했다. 이 제품도 1달 만에 약 15만개가 판매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에서 이은관 BGF리테일 CX본부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조선비즈는 지난달 24일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에서 이은관 BGF리테일 CX본부장을 만났다. 이 본부장은 트렌드를 읽고 IP(지식재산권)와 각종 제휴처를 발굴하며 CU가 출시하는 각종 상품의 기획 전반을 맡고 있다.

이 본부장은 CU의 경쟁력으로 '속도'와 '진정성'을 꼽았다. CU는 트렌드를 포착하면 상품 기획부터 개발, 출시까지 기민하게 움직여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제품을 곧바로 출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일례로 CU는 지난해 9월 말쯤 제1회 김천김밥축제 개최 소식을 SNS로 접하고 김천시 측에 먼저 연락을 취했다. 축제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김천시와 긴밀히 협업해 '김밥쿡킹대회' 콘텐츠를 구상하고 사업화 방안까지 제안했다.

또 CU는 단순히 트렌드에 편승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트렌드를 장기적인 시리즈로 탈바꿈해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2년째 협업 중인 김천김밥축제처럼, 앞으로도 여러 지자체와 장기 협업 콘텐츠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의 이력과 현재 맡은 업무를 소개하자면.

"2005년 BGF리테일 영업관리직으로 입사해 MD기획팀, 경영기획팀, 경영혁신팀 등을 거쳤다. 2019년 CVS Lab장, 2021년 온라인기획팀장을 역임하고 지난해부터 전략MD팀장을 맡았다. 트렌드를 읽고 상품화하는 것을 비롯해 각종 특화 점포 콘셉트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12월부터는 CX(Customer Experience)본부장을 맡았다. 오프라인 마케팅과 O4O(Online for Offline, 배달·픽업 서비스 등), 온라인 디지털(앱) 마케팅 등을 총괄할 예정이다."

─요즘 유통 시장은 상품 생애주기가 짧아지는 추세다. 트렌드를 포착하는 비법이나 의사결정 기준이 있다면.

"잠재적 고객이 자주 찾는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등 SNS를 자주 모니터링한다. 지정한 키워드와 관련한 뉴스를 아침마다 스크랩해주는 서비스도 이용한다. 다른 유통 기업들의 오프라인 행사들도 종종 참관하며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지를 파악한다.

초등학교 5학년 딸과도 자주 대화한다. 기획할 콘텐츠가 어린 세대에서 정말 인기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다. '두바이 초콜릿'이나 '스웨디시 젤리' 같은 제품은 딸과 대화를 통해 시장성이 있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상품화한 사례다."

CU가 권성준 셰프와 협업해 출시한 밤 티라미수 디저트 2종. /BGF리테일 제공

─기억에 남는 히트 상품이 있다면.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와 협업한 '밤티라미수컵'이다. 지난해 2월 넷플릭스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무대에 CU 편의점을 세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해 9월부터 방송이 시작됐고, 매 주말 관심을 갖고 시청하던 중 편의점 미션에서 권 셰프가 티라미수를 만든 것을 보고 '저건 뜨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개발팀과 함께 1차 샘플부터 만들어 무작정 권 셰프 가게로 직접 찾아갔고, 레시피 수정을 거듭해 일주일 만에 상품화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걸리는 작업이지만 여러 팀이 손발을 걷고 협업해 성과를 냈다. 결과적으로 밤티라미수컵은 약 250만개가 팔렸고, 12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CU와 김천김밥축제의 협업도 화제가 됐다. 협업의 배경은.

"지난해 9월 말 SNS에서 제1회 김천김밥축제 개최 소식을 접했다. 김밥은 편의점을 대표하는 상품인 만큼 눈길이 갔다. 당장 축제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김천시에 빠르게 연락을 취했다.

당시 김천시도 축제 구상을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각보다 큰 관심이 몰려 당황하던 차였다. 그래서 우리 쪽에서 축제의 한 프로그램으로 '김밥쿡킹대회' 콘텐츠를 진행해 수상작을 상품화하자는 의견을 냈고, 일사천리로 협업이 진행됐다."

─올해 김천김밥축제와 두 번째 협업이다. 달라진 점은.

"작년엔 단순히 우승자 레시피를 활용한 김밥 1종만 출시했다. 올해는 우승자 레시피를 삼각김밥, 덮밥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했다. 내년부터는 김천김밥축제 시즌에 역대 수상작 제품을 모두 재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수상작은 레시피에 김천의 특산물인 호두가 들어간다. 이를 위해 CU는 김천시와 협업해 김천 호두 2톤(t)을 매입했고, 향후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이런 형태로 지자체와의 상생 구조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다른 지자체들과의 협업도 계획 중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에서 이은관 BGF리테일 CX본부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CU가 제품 개발 측면에서 특히 중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빠른 속도다. 우리끼리는 'CU 스피드'라는 표현을 쓴다. 일반적으로 상품 개발에는 3~4개월이 걸리지만, 이러면 소비자가 접할 때 이미 트렌드가 끝날 수 있다. CU는 지난해 일주일 만에 상품화에 성공한 '밤티라미수컵' 사례처럼, 여러 부서가 긴밀히 협업해 트렌드를 빠르게 상품화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치를 쌓아 올리고 있다.

또 CU는 유행에 편승해 단발적인 상품으로 치고 빠지기보다는, 지속적인 시리즈화를 통해 진정성을 강조한다. '나폴리 맛피아' 권 셰프와의 협업도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총 6번의 제품 시리즈화를 통해 디저트와 빵, 파스타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앞으로의 목표는.

"브랜드가 노후화하는 순간 고객들에게 외면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 스스로가 계속 트렌디하고 빨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다. '늙지 않는 CU'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