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26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6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유통·건설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명을 교체하며 고강도 쇄신을 예고했다. 주요 방향은 ▲실행력 강화 중심의 조직 변화 ▲리더십 세대교체를 통한 젊은 리더십 중용 ▲성과·능력 기반 핵심 인재 등용 등이다.
롯데 관계자는 "비상 경영 상황 속 턴어라운드를 만들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 개편과 핵심 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혁신을 확산시킬 수 있는 인적 쇄신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부회장단 용퇴, 유통·건설 주요 계열사 CEO 20명 교체
롯데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전체 CEO의 3분의 1에 달하는 20명을 교체했다. 이동우(65)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63)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58)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박현철(65)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 부회장단 전원은 일선에서 물러난다.
사장 승진자는 2명이다. HR 혁신을 주도한 박두환(59) HR혁신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1992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롯데카드 기획 부문장, 영업마케팅본부장을 거쳐 2022년부터 롯데지주 HR혁신실장을 맡아 그룹 인사 전반에 혁신을 추진했다.
롯데GRS를 이끌어온 차우철(57) 대표도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차 사장은 1992년 롯데제과로 입사 후 롯데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 롯데GRS 대표이사를 맡았다. 롯데GRS 재임 시절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신사업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 확장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통·건설·화학 등 주요 사업군에서는 새로운 CEO가 대거 선임됐다.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이사에는 정현석(50) 롯데백화점 아울렛사업본부장이 부사장으로 발탁 승진하며 내정됐다. 1975년생인 정 부사장은 롯데백화점 역대 최연소 대표이사다. 2000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롯데백화점 중동점장과 롯데몰 동부산점장을 역임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FRL코리아 대표이사를 맡았다.
롯데웰푸드 대표이사에는 서정호(56) 롯데웰푸드 혁신추진단장 부사장이 내정됐다. 서 부사장은 올해 7월 롯데웰푸드 혁신추진단장으로 부임해 경영 진단과 함께 롯데웰푸드의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어 왔다. 앞으로 기존 브랜드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과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 등을 진행한다.
롯데건설 대표이사에는 부동산 개발 사업 전문성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역량을 인정받은 오일근(57) 부사장이 내정됐다. 오 부사장은 PF 사태로 약해진 롯데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조속히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롯데e커머스 대표에는 온·오프라인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e커머스사업부 구조조정과 턴어라운드 전략 수립을 추진했던 추대식(53) 전무가 승진하며 선임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39)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의 역할은 확대됐다. 신 부사장은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아 그룹의 주요 신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사업을 공동 지휘한다. 또한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 컨트롤 조직에서 중책을 맡아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한다.
◇'직무 기반 HR' 원칙 강화… 세대교체·여성 인재 확대
롯데는 직무 중심의 인사 철학을 이번 임원인사에서도 일관되게 적용했다. 특히 성과와 전문성이 입증된 인재는 연령·경력을 불문하고 과감하게 기용했다.
1960년생이자 대한민국 조리 명장인 김송기(65) 롯데호텔 조리R&D실장은 APEC 정상회담 만찬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다.
젊은 리더십도 중용했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 신임 임원 규모는 81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발탁 승진자 수도 늘었다. 황형서 롯데e커머스 마케팅부문장, 오현식 롯데이노베이트 AI Tech Lab실장, 김송호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PE팀장, 백지연 롯데물산 투자전략팀장 등은 각 분야의 직무 전문성을 인정받아 직급 연한과 상관없이 신임 임원으로 발탁 승진했다.
여성 인재 등용 원칙도 유지했다. 여성 임원 4명이 승진했으며, 전체 신임 임원 중 10%에 해당하는 8명의 신임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조형주(50) 롯데백화점 럭셔리부문장, 심미향(50)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사업혁신부문장, 손유경(53) 롯데물산 개발부문장, 오경미(50) 롯데멤버스 DT부문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전체 임원 규모를 전년 말 대비 13% 줄이고, 전체 CEO의 36%인 21명을 교체하는 등 큰 폭의 임원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 신속한 변화 관리와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성과 기반 수시 임원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원칙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