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세대교체와 변화로 상징되는 2026 정기임원인사를 26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는 바로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로 내정된 정현석(50) 부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처럼 빠른 승진은 성장이 둔해진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오너 3·4세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롯데백화점 역대 최연소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1975년생인 정 부사장은 인하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롯데맨'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영등포점 등을 거치고 롯데백화점 고객전략팀장, 롯데마트 디지털파크 기획팀장, 롯데백화점 잠실점 영업총괄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이사를 맡았다. 당시 유니클로는 한국의 반일 운동 등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던 때다. 어려운 때 맡은 보직이었지만 정 부사장은 이를 기회로 만들었다.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는 매장은 과감하게 접었고, 온라인 유통을 강화했다. 또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소비자 관심을 되돌렸다. 대표적인 협업이 마르니와의 협업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협업해서 나온 옷이 예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오픈런(개점하자마자 달려가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 현상을 만들기도 했다"고 했다.
백화점 내부 평가도 좋았던 편이다. 추진력과 숫자 감각이 좋은 편이라는 평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팀장 시절부터 '일을 잘한다'는 평가는 워낙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했다. 그가 일본어에 능통한 것도 승진 요인으로 꼽혔다.
그룹 내부에서는 그가 외부 발탁 인사의 뒤를 이은 정통 '롯데맨'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가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전후 사정을 잘 모르면서 외부 인재가 무조건 잘할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인사가 최근 몇 년간 이어졌는데, 이제 '정통 롯데맨도 잘 한다'는 인식을 만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젊은 롯데'와 '변화'를 그룹이 추구하는 가운데, 실적 좋고 소통까지 원활하다는 점에서 인재 등용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