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연이은 악재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수천 명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물류센터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단기간에 몸집을 키우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은 4500여 명 고객 개인정보 노출이 발생한 사실을 정부에 신고하고 고객들에게 안내했다. 제3자가 비인가 접근을 통해 고객들의 배송 및 주문 관련 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회된 정보에는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주소와 5건의 주문 이력 등이 포함됐다.
쿠팡 관계자는 "계좌번호를 비롯한 금융 정보에 대한 접근은 없었고, 쿠팡 시스템과 내부 네트워크망 외부 침입 흔적 역시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확한 원인이나 피해 발생 여부나 보상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이번 사고가 발생하고 열흘이 넘도록 이를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이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6일 오후 6시 38분 자사 계정 정보 무단 접근이 발생했다고 보고했지만, 침해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12일이 지난 18일 오후 10시 52분으로 적었다. 실제 유출 시점과 고객에게 알린 날짜(18일)가 달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30대 근로자 A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계약직 근로자로 단순 포장 업무를 맡아왔던 A씨는 이날 오후 10시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동탄1센터 내 식당에서 갑자기 쓰러지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사망 당일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구체적인 사인은 아직 나오진 않았다. 그간 쿠팡 물류센터, 배송 자회사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실신하는 사고는 수차례 발생했다. 대부분 일용, 하청 근로자로 업무 환경과 안전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게다가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상설특별검사(상설특검)까지 출범한 상황이라 쿠팡의 경영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특검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쿠팡 연관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며 제기된 의혹에 따라 출범한 것이다.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가 쿠팡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 당시 지휘부였던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새벽 배송 등을 앞세워 몸집을 키운 쿠팡은 반복되는 논란으로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통업계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받았고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하면서 이른바 '봐주기식'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업계에선 쿠팡이 외형에 걸맞은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관 조직을 계속 키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내실을 다지려면 소비자나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쿠팡은 몇 년 새 정부 및 국회 출신 인사를 줄줄이 영입하며 대관 역량 강화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부터 확보하는 플랫폼(이커머스) 기업 특유의 성장 전략에 집중하다 보니, 근로자·고객 안전이나 보안 문제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다"며 "특히 한국처럼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보는 시장에선 지금보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언제든지 네이버 등 대안을 찾아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