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069960)이 이른바 '농약 우롱차' 사태 이후 식품안전·위생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는 지난 2월 현대백화점 일부 점포에서 불법 수입된 우롱차가 판매돼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사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본사 식품사업부 내에 식품 안전·위생 관리를 전담하는 식품위생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그동안 각 지점의 식품위생연구소가 위생 점검을 맡아왔지만, 본사 차원의 상위 조직을 두고 식품 안전을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식품위생 및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식품위생담당 조직을 신설했다"라며 "현대백화점의 식품위생·안전 관리 정책을 총괄하고, 각 점포 및 유관부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 꾸려진 식품위생담당 조직은 중·장기 식품 안전·위생 정책을 수립하고 식품사업부와 사업소, 위생연구소 등 관련 조직을 총괄 관리한다. 지점 단위 점검 중심이었던 기존 시스템을 본사 주도의 통합 구조로 전환하는 조치다.
현대백화점이 조직을 정비하게 된 배경은 지난 2월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카페에서 기준치 이상의 농약 성분이 검출된 사건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중동점 내 드링크스토어에서 작년 4월부터 9월까지 약 5개월간 불법 수입된 차를 판매했고, 우롱차에서 살충제 성분인 디노테퓨란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드링크스토어는 해당 기간 동안 약 1만5890잔의 차·음료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액은 8000만원 규모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가 집중됐다. 사건 이후 제품 판매가 중단됐고 환불 조치가 이뤄졌지만, 백화점이 입점 브랜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국정감사에서는 백화점 업태 특유의 특약매입 구조도 지적됐다. 특약매입은 입점 브랜드가 직접 판매하는 위탁 형태가 아니라, 유통사가 상품을 매입해 재고를 보유한 뒤 판매하는 방식이다. 상품 등록과 가격, 재고 관리 권한이 유통사 바이어에게 집중돼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입점사 단독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특약매입으로 운영된 만큼 현대백화점이 실질적 판매자 및 책임자인데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라며 "현대백화점의 특약매입 브랜드 비중은 최근 4년 평균 64.7%로, 국내 주요 백화점 3사 가운데 가장 높다. 백화점은 수익만 가져가고 입점 브랜드만 제재받는다면 불공정 계약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는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백화점 대표가 식품안전 사고와 관련해 국감장에 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의 이번 조직 정비는 우롱차 사태와 관련한 실질적인 첫 대응으로 평가된다. 다만 조직 신설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식품담당 임원, 식품MD, 품질관리팀, 점포 영업관리 책임자 등 기존 핵심 부서에선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입점 브랜드 사전 심사 강화, 위생 점검의 상시화, 사고 발생 시 즉각 공개 등 보다 근본적인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