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공지능(AI) 기술 접목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사람을 AI로 대체해 인건비 감축 효과를 내는 것보다 고객들에게 현장감과 편의성을 손쉽게 제공하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홈쇼핑 업체들은 여행 상품을 파는 방송을 진행할 때 관광지 배경을 AI로 구현해 현장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객 문의에 대한 빠른 대응도 AI가 대신합니다. 사실 홈쇼핑 방송 시간 중 90% 이상은 상품에 집중돼 있고, AI가 등장하는 화면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인력을 대체해 인건비를 줄이는 등의 효과는 약하다고 합니다. 대신 세트 제작 비용 등을 줄이고 폐기물이 줄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GS샵은 지난해 7월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을 홈쇼핑 방송 스튜디오에 접목한 'AI 스튜디오'를 도입했습니다. 현재는 AI 스튜디오 적용률이 전체 방송의 62% 수준까지 확대됐습니다. 또한 홈쇼핑 방송과 방송 사이 들어가는 'SB(station break) 광고' 영상도 AI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GS샵은 지난 8월 여행 상품권을 증정하는 프로모션 광고 영상을 제작하면서 동유럽, 일본 홋카이도 등 다양한 관광지를 고객들이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AI로 제작했습니다. 해당 영상을 실제로 촬영해서 제작하려면 해외 여행지를 직접 찾아가 영상을 촬영해야 하는 등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AI로 영상을 제작하면서 제작 시간을 최대 80%까지 줄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는 전언입니다.
롯데홈쇼핑은 가상 쇼호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주문 단계에서 고객이 ARS(자동응대시스템)를 통해 말한 주소를 AI가 자동 검수하는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롯데홈쇼핑의 가상 인간 '루시'는 TV홈쇼핑 패션 프로그램 '루시톡라이브'에서 상품을 착용하고 특징을 소개하며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합니다. 초기에는 캐릭터 형태에 불과했지만 AI를 통해 실제 인물에 가까운 그래픽으로 고도화되면서 생동감을 더했습니다. 지난해 2월 론칭 이후 누적 주문액은 약 200억원에 달해 동시간대 타 방송 대비 50% 이상 높은 주문액을 기록했습니다.
롯데홈쇼핑은 60분 분량의 홈쇼핑 인기 방송을 30초 내외로 압축해 보여주는 모바일 앱 숏폼 콘텐츠 '숏핑' 서비스도 운영합니다. 이 콘텐츠는 사람 대신 AI가 제작합니다. 월간 숏폼 제작량이 인력 대비 30배 이상 늘었고, 한 달 평균 1000건 이상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현대홈쇼핑(057050)은 방송 시청률이 높은 구간을 AI로 자동 편집해 숏폼으로 제작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현재 공식 앱인 현대H몰에서는 상품 소개를 위한 숏딜 영역을 신설해 1분 이내 영상이 최대 100개까지 노출되고 있습니다.
CJ온스타일은 미디어 콘텐츠 혁신을 위해 올해 초 'AI콘텐츠팩토리' 프로젝트를 결성해 AI 기술과 라이브방송을 결합한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 프로젝트는 지난 2월 패션 SS(봄·여름) 시즌을 맞아 업계 최초로 진행한 'AI 패션 쇼케이스'였습니다. AI 모델들이 파리와 뉴욕 한복판에 설치된 가상 런웨이를 걷는 모습을 보며 생동감 있고 다양한 스타일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8월에는 2030세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언더웨어 브랜드 '베리시' 방송에 ▲AI 모델 ▲XR 콘텐츠 ▲생성형 AI 드론 등 AI 기술을 집약한 라이브방송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CJ온스타일은 기존 고객 리뷰 요약 기능에 더해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추천 서비스에도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상품 고객 리뷰를 AI가 분석해 주요 특징을 요약해 자막과 내레이션으로 제공합니다. 기존 고객이 직접 썼던 리뷰를 나열하는 것보다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TV홈쇼핑 산업은 송출 수수료 문제와 줄어드는 TV 시청자 문제가 꾸준히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디지털 전환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입니다. 모바일 라이브방송, 유튜브 등 채널을 확대하고 숏폼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면서 AI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AI 도입으로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창의성이 중요한 홈쇼핑업계에서 반복되는 업무를 AI를 통해 자동화하고 사람은 창의적인 기획 등 아이디어성 업무에 집중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촬영 세트를 줄이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비용 등을 줄여 탄소 저감 등 ESG 경영 효과도 있다"고 했습니다.
업계가 전반적인 변화를 시도하면서 3분기 실적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TV홈쇼핑 대표 4사 중 현대홈쇼핑, CJ온스타일, 롯데홈쇼핑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했습니다. 현대홈쇼핑은 3분기 1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79.9% 증가한 수치입니다. 매출액은 2643억원으로 3.3% 늘었습니다. CJ온스타일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5% 증가한 1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도 3557억원으로 6.5% 늘었습니다. 롯데홈쇼핑은 3분기 영업이익 103억원, 매출액 211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 1.6% 늘었습니다.
다만 GS샵은 TV 시청 인구 감소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습니다. GS샵은 3분기 영업이익 116억원, 매출 24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6%, 1.4% 감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