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경기 침체로 유통업계의 출점 경쟁이 둔화한 가운데, 기업들이 기존 매장을 리뉴얼(재단장)하는 데 집중하며 방문객과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단순히 간판을 바꾸거나 인테리어를 새로 꾸미는 수준을 넘어, 동선을 재구성하고 체험형 공간을 늘리며 고객 내점을 유도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매장 리뉴얼 사례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

1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7일까지 누적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보다 매출액 3조원 돌파 시점을 3주가량 앞당겼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신세계백화점 제공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대대적인 식품관 리뉴얼로 손님이 늘어난 덕이다. 강남점은 지난해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와 프리미엄 푸드홀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선보이며 식품관 리뉴얼 프로젝트의 첫발을 뗐다.

올해 3월에는 식품관 내 수퍼마켓을 서울권 백화점 중 최대인 600평(약 1980㎡) 규모의 '신세계 마켓'으로 리뉴얼하며 제품 구색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했다. 8월에도 지하 1층에 1200평 규모의 '프리미엄 델리 전문관'을 개장하며 국내외 인기 외식 브랜드를 입점했다. 이와 함께 건강 보조 식품을 판매하는 '건강 전문관'과 전국 각지의 술을 한데 모은 '전통주 전문관'도 조성했다.

리뉴얼이 마무리되면서, 강남점 식품관 영업 면적은 국내 최대 규모인 6000평(약 1만9800㎡)으로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각종 리뉴얼 성과에 힘입어 내년에는 매출 4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GS25 점포 전경. /GS리테일 제공

편의점 업계도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리뉴얼 작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GS25는 올해 노후했거나 판매 실적이 저조한 지점을 대상으로 매장 크기를 키우거나 입지가 더 나은 곳으로 옮기는 '스크랩 앤 빌드(Scrap and Build)' 사업을 본격화했다. 상권을 고려해 주류나 신선식품 특화 매장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3분기 GS25의 신규점을 제외한 기존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이 밖에도 CU는 올해 점포 재단장 관련 투자 예산과 지원 대상 점포를 지난해 대비 50% 이상 늘렸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10월 새로운 콘셉트의 가맹 모델 '뉴웨이브(New Wave)'를 출시하며 기존점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139480)는 2023년부터 '스타필드 마켓'이라는 새로운 매장 형태를 도입하며 대규모 주거지 인근 대형 점포를 차례로 리뉴얼하고 있다. 스타필드 마켓은 이마트의 유통 노하우에 국내 최초∙최대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의 고객 친화형 공간 기획 능력을 입힌 브랜드다.

이마트는 올해 일산 킨텍스점(6월), 화성 동탄점(7월), 경북 경산점(8월) 등 3곳을 스타필드 마켓으로 리뉴얼했다. 이후 9월 말까지 일산점은 매출과 고객 수가 전년 대비 각각 66%, 110% 증가했다. 동탄점과 경산점도 매출이 각각 18%, 21% 늘었다.

올해 6월 리뉴얼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연 스타필드 마켓 킨텍스점 전경. /이마트 제공

노후 매장을 리뉴얼하는 것이 실제 매출 성과로 이어지면서, 장기 투자 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29년까지 영등포점이 위치한 영등포역 상업 시설 운영권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올해 이를 반납했다. 영등포점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장기간에 걸친 리뉴얼이 필요한데, 남은 4년으로는 불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백화점은 재입찰을 거쳐 장기 운영권을 확보한 뒤 리뉴얼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은 대부분 전국 주요 거점에 입점을 마친 상태"라며 "오프라인 유통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업체들도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 기존점을 효율화해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