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부터 스포츠, SPA(제조·유통 일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패션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공간에 식음료(F&B) 매장을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카페부터 베이커리, 다이닝까지 선보이는 음식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는 단순히 옷과 신발을 진열하던 매장을 소비자 체험 중심 공간으로 전환, 브랜드 접점을 늘리려는 전략입니다. 비교적 고가의 의류와 달리 가격 부담이 적은 식음료를 통해 고객 유입을 유도하면서, 추후 패션 분야로의 경험 확장을 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2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Louis Vuitton)은 오는 29일 신세계백화점 서울 본점에 체험형 매장 '루이 비통 비저너리 서울'을 선보입니다. 루이 비통은 이곳에서 문화 체험형 공간 '비저너리 서울'을 비롯해 커피숍 '르 카페 루이 비통', 초콜릿 숍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 레스토랑 '제이피 앳 루이 비통' 등을 6개 층에 걸쳐 조성할 예정입니다.
앞서 루이 비통은 지난 9월에도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 '루이 비통 메종 서울'에 국내 첫 카페 매장을 선보였습니다. 이름은 카페지만, 다양한 음식도 함께 판매합니다. 대표 메뉴는 시저 샐러드에 유자 드레싱을 더한 '유자 시저 샐러드 이클립스', 소고기로 속을 채우고 간장과 참기름 육수를 곁들여 전통 만두를 재해석한 '비프 만두(Beef Mandoo)' 등입니다. 루이 비통은 이곳에서 사용하는 식기, 디저트 등에 시그니처 패턴인 'LV' 문양을 넣어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Gucci)도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 5층에서 이탈리안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 매장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만들어진 구찌 오스테리아로, 이탈리아 음식에 기반한 테이스팅 코스와 각종 단품 메뉴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에르메스(Hermes)는 서울 신사동에 '카페 마당'을 운영하며 다양한 음료와 함께 샌드위치, 스파게티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매장 내 식기도 에르메스 제품을 사용합니다. 디올(Dior)도 서울 청담동과 성수동 두 곳에서 '카페 디올'을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명품뿐만 아니라 스포츠, 캐주얼, SPA 브랜드들도 적극적으로 F&B 매장을 선보이는 추세입니다. 아디다스(Adidas)는 지난달 25일 서울 성수동에 '카페 쓰리스트라이프 서울(CAFE 3STRIPES SEOUL)'을 열었습니다. 아디다스는 이곳에서 50여 종의 베이커리와 카페 음료를 판매하면서 다양한 아티스트의 전시, 주말 음악 공연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쓰리 스트라이프(3개의 선)'이라는 이름처럼, 매장 인테리어와 음식 곳곳에 아디다스의 '3선 로고'를 활용한 디자인을 담았습니다.
스페인의 SPA 패션 브랜드 자라(Zara) 역시 지난 5월 명동 매장을 리뉴얼(새단장)하면서 자체 카페 브랜드 '자카페(Zacaffe)'를 입점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 중국 난징 등에 이어 한국에 처음 선보인 자라의 F&B 매장입니다. 이곳은 한국 전통의 '돌담'을 모티브로, 회색빛 인테리어를 통해 도시적인 느낌을 구현했습니다.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수정과 라테', '녹차 라테' 등을 시그니처 메뉴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국 패션 기업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지난해 9월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 1층에 자체 브랜드 카페 '랄프스 커피 서울'을 열었습니다. 인테리어에 브랜드 특유의 미국식 감성을 담은 이곳에서 랄프 로렌은 다양한 차와 음료뿐만 아니라 토트백과 모자, 머그컵 등 다양한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랄프 로렌은 내년 서울 코엑스 파르나스몰에도 랄프스 커피 2호점을 열 계획입니다.
국내 패션 브랜드 중에서는 무신사가 지난 2022년 성수동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건물 1층에 카페 '아즈니섬(ASNISUM)'을 열었습니다. '무신사'를 거꾸로 쓴 이름의 이 카페는 성수동 로컬 F&B 브랜드와 협업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됐습니다. 무신사는 이곳에서 무신사에 입점한 각종 패션 브랜드들의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주기적으로 운영하며 고객 접점 확대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패션은 보통 필요에 따라 구매하는 목적형 소비인 반면, F&B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소비 성격이 강하다"며 "패션 브랜드가 운영하는 F&B 매장은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한 홍보 및 집객 효과가 크고, 매장을 찾아온 손님들이 자연스레 제품을 구경하다 구매로 이어지도록 돕는 역할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