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된 알리익스프레스 '11초 챌린지' 팝업./최효정 기자

7일 오후 서울 성수역 3번 출구 인근 알리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준비되셨나요? 시작합니다, 11초 카운트다운!" 직원의 외침이 울리자, 참가자들이 각자 뽑은 도구를 손에 들고 일제히 움직였다. 누군가는 채집망, 누군가는 긁개, 또 어떤 이는 커다란 삽을 들고 불닭볶음면, 주방 세제, 과자와 배변패드 등 각종 생필품을 잔뜩 퍼 담았다. 큰 삽을 뽑은 참가자는 빨간 쇼핑백이 넘치도록 물건을 담았다. 제한 시간 11초 안에 얼마나 많이 담느냐로 승부가 갈렸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연중 최대 행사인 '11.11 광군제'를 앞두고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체험형 팝업스토어 '11초 장바구니 챌린지'를 열었다. 온라인에서 진행하던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 이벤트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소비자가 직접 몸으로 '쇼핑 속도전'을 체험하도록 기획했다. 맥북·아이폰·다이슨 등 경품 이벤트까지 더해지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이번 팝업은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한 오프라인 전략의 일환이다. 그간 '중국 직구 플랫폼'으로 인식돼 온 이미지를 벗고,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온라인 마트 체널 '알리프레시'를 시범 운영한다.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달부터 지마켓과 손잡고 국내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알리프레시' 서비스를 시범 가동하며 신선식품 유통에도 진출했다. 지난 9월 출범한 신세계·알리바바 합작 법인 이후 선보이는 첫 로컬 비즈니스 사업이다.

유통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이런 행보를 플랫폼의 체험형 리테일(유통) 시도 흐름에 가세한 것으로 해석한다. 온라인 기반 플랫폼들이 최근 오프라인 공간을 '브랜드 경험의 실험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지난달 자체 전시형 기획전 '미지엄'을 열어 온라인 브랜드를 전시했고, 컬리는 연중 '푸드 페스타'와 '뷰티 페스타'를 통해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확장하고 있다. 올리브영, 쿠팡, 무신사 등도 자체 뷰티·패션 페스티벌을 열며 체험형 리테일 경쟁에 가세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단순한 홍보가 아니다.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을 직접 만나고, 행동과 취향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접점 확보에 있다. 오프라인 체험은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실제 구매력과 재방문 가능성이 높은 핵심 고객층을 식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한국을 글로벌 핵심 시장으로 명시하며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3~5년 내 한국 온라인 쇼핑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알리익스프레스를 사용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이용자 약 34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약 1700만명 확보를 목표로 한 셈이다.

이를 위해 ▲역직구 플랫폼 강화 ▲한국 전용관 '케이베뉴(K-venue)' 운영 ▲초저가 행사 '천억 페스타' 등 다각도의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번 팝업도 한국 시장 진출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다만, 시장 안착까지는 과제가 많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가 공고하며, 가성비 제품군에서도 다이소가 강력한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도 아직 완성되지 않아, 알리익스프레스가 올해 내 구축을 목표로 한 국내 물류센터 설립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단기간 화제성과 트래픽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배송 품질과 신뢰 같은 로컬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며 "체험형 팝업은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데 유효하지만, 서비스 완성도로 이어지지 않으면 단기 이벤트로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