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업체 쿠팡이 올해 1~3분기 1만3000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켓 배송 등 유통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물류센터 등에 재투자하면서 인력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영향이다. 신규 일자리 상당수는 지방의 2030 세대 청년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민주노총 택배 노조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새벽 배송 금지' 방안에 대해 쿠팡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사업 확장과 고용 창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탓이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6일 국민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쿠팡과 물류·택배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합산한 국내 직고용 인원은 9만350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8만89명)과 비교해 1만3413명 증가한 수치다.

쿠팡은 국내 대기업 집단 가운데 고용 인원을 가장 빠르게 늘리고 있다. 한국CXO연구소가 공정위 지정 92개 대기업 집단 국내 계열사 3301곳의 2023~2024년 고용 변동을 분석한 결과, 쿠팡의 고용 증가 규모는 1만5179명으로 삼성그룹(6477명), 현대차그룹(6188명) 등을 제치고 주요 대기업 집단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쿠팡이 최근 2년간 늘린 일자리 가운데 상당수는 지방의 2030 세대 청년이 차지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물류센터에서 2030 청년 직고용 인력 비율은 51%를 기록했다. 현재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소속 직고용 인원 약 9만3500명 가운데 7만여 명은 지방 물류센터에 소속돼 있다.

쿠팡이 이처럼 직원을 빠르게 늘린 것은 당일·새벽 배송 물류망 투자의 영향이다. 쿠팡은 지난 10년간 물류센터 건설, 택배 분류 로봇 설비, 배송 기사 채용 등에 6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2027년까지 로켓 배송 권역을 전국으로 넓히기 위해 3년 동안 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올해 3분기 매출 12조8455억원, 영업이익 22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쿠팡Inc는 올해 3분기 물류 인프라와 자동화 기술 등에 전년 동기 대비 34% 늘어난 1조235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다만 최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새벽 배송 금지' 방안이 사업 확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서 자정(0시)부터 5시 사이에 배송을 전면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노조 측은 "쿠팡과 같은 연속적인 고정 심야 노동은 생체 리듬을 파괴해 수면 장애, 심혈관 질환, 암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쿠팡 배달 기사 대부분은 이 같은 제안에 반발하고 있다. 쿠팡의 위탁 택배 기사 단체인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최근 야간 새벽 배송 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93%가 '심야 시간 배송 제한'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한국노총 역시 민주노총과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새벽 배송 전면 금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전면적으로 당장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 배송은 이미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필수 인프라이자, 수십만 명 규모의 직간접 고용을 떠받치는 거대한 일자리 생태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새벽 배송을 전면 금지하면 청년 세대와 취약 계층 등의 일자리를 없애는 악영향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