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38)씨는 최근 네이버의 한정판 리셀(재판매) 플랫폼 '크림(KREAM)'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이 예전에 올려뒀던 판매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등장했지만, 해외여행 중이어서 발송할 수 없어 박씨는 '판매거부' 처리를 했다. 그러자 곧바로 제품 가격의 5%에 달하는 페널티 수수료가 부과됐다. 박씨는 항공권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하며 사정을 설명했지만, 크림 측은 "해외에 있을 땐 모든 판매 글을 삭제해야 한다. 수수료는 환급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박씨는 "구매자는 구입 후 15분 안에 페널티 없이 구매를 취소할 수 있다. 구매자에겐 고민할 시간을 주면서 판매자가 판매 거부를 하면 즉시 벌금처럼 수수료를 물린다"라며 "형평성이 안 맞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크림의 '페널티 정책'이 판매자에게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크림의 페널티 정책은 허위 매물 방지와 거래 신뢰 확보를 명목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판매자가 단순히 실수를 했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더라도 예외 규정이 거의 없어 최근 이용자들 사이에서 과도하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 /크림 제공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림은 판매 지연, 발송 지연, 미입고, 검수 기준을 악용한 경우 페널티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구매자가 구매 의사를 보인 뒤 판매자가 판매를 거부하면, 구매자 대기 후 1시간 이내에는 판매가의 5%, 1시간 이후에는 10%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거래 체결 후 48시간 내 발송 정보 미입력 시 10%, 상품 불일치나 구성품 누락 시 10%, 가품·사용감 있는 제품 발송 시 15%가 부과된다.

문제는 고가 제품 거래가 많은 크림의 특성상 페널티 금액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크림의 페널티 감면 사유는 ▲서비스 사용 미숙으로 인한 조작 실수 ▲택배사 책임 ▲비고의적 가품·사용감 제품 발송 등 세 가지로 제한돼 있다. 크림 측은 "판매자의 실수임이 명백하거나 페널티 감면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언제든 감면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판매자에게 명백한 악의가 없더라도 수수료가 부과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판매자가 기한 내에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페널티를 부과해 소비자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크림 앱에 카드 정보나 계좌 정보를 등록해야만 가입하고 거래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곧바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한 이용자는 "상품 박스를 빠뜨려 검수 불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오프라인 접수센터에 바로 가져다주겠다고 했더니 이미 페널티가 부과됐다며 반송 처리될 예정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는 "송장 번호를 접수 번호와 착각해 잘못 입력했는데, 고객센터에 전화하고 문의 글도 남겼지만 결국 물건도 못 팔고 수수료까지 냈다"라고 했다.

이용자들은 크림 앱 안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없기 때문에 판매자에게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박씨는 "다른 플랫폼에서는 거래 전 판매자와 구매자가 메시지로 소통하면서 '판매하는 물건 맞느냐'라고 확인할 수 있는데 크림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라고 했다.

중고나라·당근·번개장터 등은 거래 전 채팅 기능을 통해 실제 판매 여부나 상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번개장터는 판매자가 거래를 거부하더라도 페널티가 없고, 구매자에게 환불이 이뤄진다. 네이버 산하 명품 관련 커뮤니티 '시크먼트'와 크림이 함께 만든 명품 거래 플랫폼 '시크(CHIC)'도 채팅 기능을 지원한다. 구매자와 합의된 거래 취소의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크림 관계자는 "회원이 판매자이면서 구매자가 될 수 있어 보다 안전한 개인 간 거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페널티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신뢰는 단순히 정품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확보되지 않는다"라며 "페널티 제도는 필요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보다 판매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예외 인정 절차와 이의신청 창구가 갖춰져야 플랫폼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