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이 성장 정체 구간에 접어들면서, 대표주자인 '당근마켓'과 '번개장터'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근마켓은 북미 시장 진출과 인공지능(AI) 기반 혁신으로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반면, 번개장터는 사모펀드(PEF) 인수 이후 결제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 전환에 집중하며 수익성 회복에 나서고 있다.
15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중고거래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당근마켓이 2127만명으로 1위, 번개장터가 475만명으로 2위, 중고나라가 165만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당근이 시장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며, 중고거래 시장은 '1강 2중' 구조로 굳어졌다.
팬데믹 시기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던 중고거래 시장은 엔데믹 전환 후 급격히 둔화됐다. 야외활동과 오프라인 소비가 늘면서 업황이 위축됐고, 이에 따라 당근은 2023년 영업손실 92억원, 번개장터는 216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근 경기침체로 중고 수요가 늘며 거래량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용자 수 확대보다 안정적 수익모델 확보가 양사의 공통 과제로 부상했다.
당근마켓은 2021년부터 지역 광고 중심의 수익모델을 본격화하며 광고 비즈니스에 집중해 왔다. 2024년 매출은 1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76억원으로 3.8배 늘며 2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광고 매출이 전체의 99% 이상을 차지하며, 광고주 수는 37%, 집행 광고 수는 52%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164억원, 매출 578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 6577개 지역 기준 누적 가입자가 4300만명에 달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대부분을 이미 포섭한 상황이다. 광고 중심 구조에서 추가적인 매출 확대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당근은 흑자 재원을 바탕으로 북미와 일본 등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캐나다 법인 설립 이후 북미 시장 공략에 717억원을 투입했으며, 올해에만 361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김용현 대표가 현지에서 사업을 총괄하며 AI 기반 기능 '캐롯비전(Carrot Vision)'과 챗봇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다만 캐나다와 일본 법인은 지난해 각각 220억원, 25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해외 성과는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반면, 번개장터는 결제수수료 중심의 유료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사모펀드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가 2020년 150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번개장터 매출은 140억원에서 2024년 449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은 196억원에 달했다. 올해 9월부터 판매자 결제수수료를 3.5%에서 6%로 인상하고, 전문 판매자 대상 '프로상점'에는 5~10%의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며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그러나 수수료 인상은 이용자 반발을 불러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판매자 부담만 늘었다"는 불만이 이어졌고, 일부 이용자는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비 회수를 앞둔 사모펀드가 단기 실적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번개장터 관계자는 "플랫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인프라 투자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업계 최초로 안전 결제를 의무화하고 정·가품 검수 서비스(번개케어)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허 수준의 기술 고도화 및 인프라 투자를 통해 신뢰 기반 서비스 강화를 지속하고 있다"며 "수수료 조정은 단순 수익성 강화가 아닌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투자 확대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 자회사 중고나라도 최근 판매자 수수료를 신설하고, 정품 인증과 안전결제 시스템을 강화하며 '신뢰형 거래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나섰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6.1% 늘어난 118억원, 영업손실은 21억원으로 집계됐다. 무료 거래 중심이던 업계가 거래 기반 수익모델로 빠르게 전환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당근마켓이 광고 중심의 안정적 수익모델로 독주하는 가운데, 경쟁사들은 결제·수수료 기반 유료화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근이 사실상 국내에서 독보적인 수익 구조를 확립한 상황이고, 다른 플랫폼들은 뒤늦게 수수료 모델을 통해 수익성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했아. 이어 "향후 시장 재편은 광고 중심 모델이 글로벌에서도 통할지 또는 안전결제형 모델이 이용자 신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