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푸드에 이어 K디저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에 지난해 2월 문을 연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는 누적 방문객 120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외 고객의 발길을 끌어들였다. 단순한 식품관을 넘어 소위 '디저트 성지'로 자리 잡으며, 서울 명동 본점에 이어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새로운 핫플레이스(명소)로 부상했다.
스위트파크는 백화점 내 한 코너였던 디저트를 독립된 전문관으로 격상시킨 장소다. 이는 국내 백화점 중 첫 사례다. 프랑스·벨기에·일본 등 해외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디저트로 지정된 '부창제과'나 '한정선 찹쌀떡' 같은 국내 인기 브랜드까지 처음으로 입점했다. '세상에 없던 디저트 테마파크'를 구현하려 했다. 추석 등 명절 시즌에만 주목받던 한과·떡 등 동양 디저트류도 일상 소비로 확장시켜 K디저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이한주 신세계백화점 F&B 1팀 부장은 "디저트는 더 이상 시즌성 소비가 아니다. 전통(헤리티지)과 서사를 가진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며 "K디저트를 글로벌로 확장시킬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트파크를 기획한 주역 중 한 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위트파크가 개장 1년을 넘겼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개장 후 누적 방문객 1200만명을 돌파했다. 디저트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식품관 내 디저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15%에서 30%로 높아졌다. 바이어 3명이 수년간 준비한 결과다.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도 많은 고객이 방문하고 있다."
―개장 직후 '디저트 성지'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1년이 지난 현재 고객층이 변화한 부분이 있나.
"고객 수도 1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전 연령층이 고르게 찾았지만, '오픈런'을 일으키는 인기 브랜드의 경우 MZ세대(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 방문 비중이 특히 높았다. 외국인 고객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 스위트파크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스위트파크는 국내 최초로 '디저트 전문관' 콘셉트를 백화점에 도입한 사례다. 기존에는 식품관의 한 섹션으로만 여겨졌던 디저트를 독립된 공간으로 제안하면서 디저트 자체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디저트 소비가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안정적인 시장으로 정착했다고 본다. 백화점이 디저트를 핵심 집객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K푸드에 이어 K디저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스위트파크의 목표는.
"스위트파크는 K디저트의 글로벌 확장 교두보 역할을 목표로 한다. 실제 해외 주요 유통사와 백화점 담당자들이 현장을 찾아 벤치마킹을 요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현재 부창제과나 한정선 찹쌀떡처럼 국내 전통 디저트 브랜드들이 스위트파크에서 잘 팔리고 있다. 한국 디저트가 더 이상 명절 등 이벤트 한정 소비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캐주얼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M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했는데 실제 성과가 있었나.
"강남점 전체 고객과 비교할 때 스위트파크는 20~30대 고객 비중이 확연히 높다. 명품 VIP 고객 중심인 강남점에서 스위트파크는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MZ고객이 늘면서 강남점이 보다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얻었다는 뜻이다. 최근 K푸드·K뷰티처럼 K디저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입점 브랜드 구성을 어떻게 차별화했나.
"스위트파크는 단순히 트렌디한 브랜드만 모은 공간은 아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전통이 있는 브랜드들도 입점시켰다. 특히 국내에서 화제인 브랜드들을 모은 팝업존을 주·월 단위로 바꿔가며 신선한 변화를 주고 있다. 고객들이 늘 새로운 디저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조정하고 있다."
―스위트파크 운영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글로벌 브랜드 유치 과정에서 본사와 장기적 관점으로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또 국내 디저트 시장 자체은 빠르게 변한다. 트렌드를 민감하게 따라가되 브랜드의 스토리와 지속성을 지켜야 하는 균형감이 필요했다. 퇴점한 브랜드는 이런 이해관계 차이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작년 대구점 식품관에 스위트파크를 선보였다. 주요 점포 리뉴얼(재단장) 시에도 스위트파크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2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시도도 고민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 협업과 공간 업그레이드를 통해 K디저트 허브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