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가구 제품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가구 업체 지누스(013890)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현대백화점 자회사 지누스가 생산하는 가구류 가운데 침대 프레임은 관세 대상에서 일단은 제외됐지만, 소파는 25%의 관세 부과가 확정됐다.

지누스는 소파의 매출 비중이 낮아 당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관세 부과 대상을 가구 전체로 확장할 가능성을 남겨둬 불확실성은 남아있다는 평가다.

29일(현지 시각) 미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수입산 원목과 제재목에 10% 관세를, 소파 등 목재 기반 가구에 25% 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 관세는 내달 14일부터 발효되며, 내년 1월 1일부터는 최대 50%로 인상된다.

부산 커넥트현대 내 지누스 매장 전경. /지누스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표에 앞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 다른 국가에 가구 산업을 완전히 빼앗긴 노스캐롤라이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미국 내에서 가구를 생산하지 않는 모든 국가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발표로 지누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올해 상반기 지누스 매출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은 77.2%(3701억원)에 달했다. 지누스의 사업은 매트리스 부문과 침대 프레임, 소파 등을 만드는 비(非) 매트리스 부문으로 나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지누스의 매트리스 부문 매출액은 3674억원, 비 매트리스 부문 매출액은 1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누스는 비 매트리스 사업 확장을 위해 캄보디아에 신공장을 짓고 지난달 가동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중국에서만 비 매트리스 제품을 생산했으나, 지난해 말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중국산 제품 관세 인상을 우려해 올해 1월 캄보디아에 법인을 세우고 공장 건설에 나섰다.

지누스는 중국에서 생산한 비 매트리스 제품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캄보디아에서 생산한 제품은 미국에 각각 수출하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었다. 캄보디아는 지난 4월 미국의 상호 관세 첫 발표안에서 49%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책정됐으나, 미국과 무역 협정을 통해 관세율이 19%로 인하된 바 있다.

지누스는 이번 미 행정부의 가구 관세 발표로 당장은 한숨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 매트리스 부문 주력 제품인 침대 프레임이 일단은 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덕이다. 비록 소파 제품에는 관세 부과가 확정됐지만, 지누스의 소파 매출 비중은 1% 수준으로 낮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단계적으로 가구 전반을 관세 대상에 편입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 백악관의 발표문은 별도 주석을 통해 "이번 포고에 포함되지 않은 가구류도 추후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누스가 판매 중인 원목 침대 프레임 제품. /지누스 홈페이지 캡처

지누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4794억원, 영업이익 5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7% 늘었고 흑자 전환했다. 미국 매출이 늘고, 미국 매트리스 제조사들이 제기한 반덤핑 제소 관련 무효 소송에서 승소하며 충당금 환입액이 반영된 덕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 지누스의 실적이 다소 부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 자회사 지누스는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연결 실적 기여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2년 총 8790억원을 투입해 지누스를 인수했고, 현재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지누스를 제외한 국내 가구 업체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전망이다. 국내 가구 업계 1위 한샘(009240)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99%가 내수 시장에서 발생했다. 현대리바트(079430)도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수출은 대부분 B2B(기업 간 거래)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지누스 관계자는 "이미 비 매트리스 부문은 캄보디아로 공장을 이전한 상황인 데다, 소파 비중도 극히 낮아 관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