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롯데면세점 본점. 대형 전세 버스가 주차장에 멈춰 서자, 중국인 관광객 40여 명이 한꺼번에 내렸다. 이들 관광객은 소정의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받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별도로 마련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면세점으로 향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오늘 하루만 차례대로 1700여 명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 이런 대형 버스만 40여 대가 들어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도보 약 10분 거리에 있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중국인 관광객 맞이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한글과 한자로 '복(福)'이라고 쓰인 붉은색 쇼핑백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둘러봤다.
정부는 방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이날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국내·외 전담 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游客)이 비자 없이 15일간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는 이전과 동일하게 개별·단체 관광객 모두 30일 무비자 방침이 유지된다.
이번 정책으로 정부는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 관광객 약 100만 명이 추가로 한국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10월 첫째 주는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0월 1~7일)와 맞물려 있어, 유통업계의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이날 조선비즈가 찾은 명동 거리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 인파가 몰려 활기가 돌았다. 최근 몇 년 새 외국인 방문객이 급증한 CJ올리브영 매장 출구에선 화장품이 가득 담긴 연두색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매장 내부 곳곳에는 구역별로 진열 상품이 소개된 영어 포스터가 있었다. 직원은 분주히 움직이며 금세 비어버린 화장품 진열대를 다시 채우고 있었다.
인근 다이소 매장은 입구에 '위챗페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매장 곳곳에서 화장품을 포함해 다양한 상품을 둘러보는 외국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매장에는 직원 계산대 2곳과 무인 계산대 6개가 있었지만,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해 계산 대기 줄이 10m가량 길게 늘어서 있었다.
명동 중심가의 한 CU 편의점은 출입구 정면에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빙그레(005180)의 '바나나맛 우유' 전용 매대가 설치돼 있었다. 이 매대 옆에는 과거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외국에서 화제가 됐던 바나나맛 우유와 커피를 섞어 마시는 '바나나 라떼'의 자세한 레시피도 영어로 쓰여 있었다.
유통업계는 유커 무비자 입국에 대응해 발 빠르게 맞춤형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면세점 업체들은 대규모 프로모션을 펼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신라면세점은 화장품 최대 60% 할인과 꽃다발 증정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면세점도 명동 본점 중심으로 중국인이 선호하는 브랜드 비중을 확대하고,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 행사를 강화했다.
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이날 인천항에 처음으로 기항하는 톈진동방국제크루즈의 7만7000t급 대형 '드림호' 승선객(2000여 명)을 각각 명동 본점과 서울점에 유치하기도 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항공편을 통해 입국한 유커 약 1500명을 유치했다. 위챗페이, 와우코리아와 협업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300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 '복'자가 새겨진 가방을 선물한다.
백화점들도 중국인 관광객 맞춤 혜택을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은 알리페이·위챗페이 결제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신세계백화점은 위챗페이와 유니온페이 카드 사용자에게 쿠폰 및 즉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여행사와 호텔과의 제휴 프로모션을 통해 단체 관광객 유치를 도모하고 있다.
패션·뷰티 전문 채널도 외국인 쇼핑객 잡기에 분주하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서 중국인이 널리 쓰는 지도 앱 '가오더지도'에 리뷰를 작성하는 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하고, 알리페이플러스 결제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올리브영은 외국어 가능 직원을 확대 배치하고, 세금 즉시 환급 단말기를 전국 매장에 설치했다.
편의점 업계도 중화권 결제 시스템 중심의 혜택을 강화했다. GS25는 알리페이·유니온페이 결제 시 15% 할인을 제공한다. CU는 한국관광공사와 협업해 택스 리펀드와 캐시백 이벤트를 결합했다. 세븐일레븐은 위챗페이 첫 결제 고객에게 자체 쿠폰과 롯데면세점 쿠폰을 동시에 증정한다.
대형마트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서울역·잠실·부산·제주 등 주요 외국인 특화 점포에서 '케이(K)푸드 페스타'를 개최하고, K뷰티 할인전 및 외국어 안내문, 추천 상품 홍보물 등을 비치해 관광객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 단체관광객의 대규모 입국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며 "여러 업체가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중국발(發)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