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이사가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겸직하며 보폭을 넓힌다. 신사업 투자 전초기지인 시그나이트와 판매 채널인 라이브커머스를 연결해 신제품 소싱과 전환 효율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 승진 이후 첫 인사에서 문 사장의 그룹 내 존재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신세계 그룹은 26일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문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라이브커머스 사업까지 맡겼다고 밝혔다. 그룹은 온라인 영역에서의 시너지 확대와 라이브쇼핑 재도약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문 사장은 그동안 시그나이트 대표이사와 함께 신세계톰보이 대표,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기획본부장 등을 겸해 왔다. 이번 인사로 시그나이트와 신세계라이브쇼핑의 투 톱을 맡게 됐다.
시그나이트는 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자 오픈 이노베이션 전담조직으로, 커머스·리테일 테크·물류·콘텐츠·푸드테크 등 성장 영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룹 계열사와의 PoC(파일럿)·공동개발·도입을 중개해 신사업을 실험·확장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문 사장이 시그나이트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신세계라이브쇼핑까지 겸하는 인사는 투자와 커머스 실행을 한 축으로 묶는 결정이다. 시그나이트가 발굴·투자한 브랜드와 루션을 라이브쇼핑의 콘텐츠·편성·기술 운영에 빠르게 이식할 수 있고, 라이브 현장에서 축적되는 고객·전환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망 카테고리와 스타트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1972년생인 문 사장은 시카고대 경제학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소프트뱅크를 거쳐 신세계I&C 전략사업담당 본부장, 이마트(139480) 중국본부 전략경영총괄·해외사업총괄·신규사업총괄 부사장을 지냈으며 2017년 신세계톰보이 대표, 2019년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사업기획본부장, 2020년부터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로 오너 부부의 역할 분담이 더욱 분명해졌다는 점에서 신세계의 '부부 경영' 색채가 한층 짙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정 회장과 문 사장은 두 딸을 두고 있으며, 장녀 문서윤 씨는 '올데이프로젝트'의 '애니'로 지난 6월 데뷔해 가수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