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090430)이 총 9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인수한 더마(피부과학(Dermatology)과 화장품(Cosmetic)의 합성어)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요 수출 시장 내 케이(K)뷰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브랜드 신선도가 떨어진 가운데, 제품 가격을 낮춰 대응하는 과정에서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했다. 코스알엑스는 새로운 사업 분야로 헤어케어(모발 관리)를 낙점하고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코스알엑스는 지난 2013년 국내에서 설립된 브랜드다. '오리지널 클리어 패드', '아크네 패치', '굿모닝 젤클렌져' 등 히트 상품을 중심으로 150여 개국에 진출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오랜 업력에 기반해 미국 내 온오프라인 접점이 가장 많은 K뷰티 브랜드로 꼽히기도 한다.

그래픽=정서희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알엑스는 올해 2분기 매출 967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3%, 영업이익은 17% 줄어든 수치다. 코스알엑스는 올 1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56% 줄어든 매출 1016억원, 영업이익 264억원에 그쳤다.

지난 2023년 아모레퍼시픽에 인수된 코스알엑스는 지금까지 아모레퍼시픽이 사들인 브랜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커 화제를 모았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1800억원을 투자해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확보했고, 이와 함께 잔여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함께 부여받았다. 이후 2023년 10월 7551억원을 추가 투입해 잔여 지분 28만8000주를 인수하며 지분율을 93.2%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 1506억원에서 4분기 1379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1·2분기엔 각각 1016억원, 967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 467억원, 4분기 303억원, 올해 1분기 264억원, 2분기 242억원 등으로 지속 감소했다.

이는 주요 수출 시장 내 K뷰티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 새 스킨케어 분야에 강점이 있는 국내 인디 브랜드들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하면서, 기존 브랜드들의 신선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탓이다.

코스알엑스는 재고 조정을 위해 온라인몰 등에서 가격을 인하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매출과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알엑스는 현재 북미, 동남아시아 등 주요 성장 시장에서의 가격 안정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유럽에서도 기업 간 거래(B2B) 거래선 축소로 당분간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스알엑스가 지난 7월 출시한 브랜드의 첫 헤어케어 라인 '펩타이드-132(PEPTIDE-132) 울트라 퍼펙트 헤어 본딩(Ultra Perfect Hair Bonding)' 제품. /코스알엑스 제공

코스알엑스는 신사업으로 삼은 헤어케어 분야에서 성과를 내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독자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한 성분에 기반한 신제품 '펩타이드-132 울트라 퍼펙트 헤어 본딩'을 지난 7월 출시하며 관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코스알엑스에 따르면, 이 제품에 들어간 펩타이드 성분은 손상된 모발 깊숙이 침투해 내부 결합 구조를 복원하고, 큐티클을 강화해 윤기와 탄력을 회복한다. 코스알엑스의 헤어케어 상품군 중 트리트먼트 제품은 미국 아마존에서 출시 직후 '딥 컨디셔너' 부문 신제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코스알엑스는 신제품 출시 효과 등에 힘입어 매출이 점차 회복될 전망"이라며 "저가 제품군의 비중이 축소되고 고기능성 중심의 제품군 확장으로 수익성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의 최근 경영 상황은 좋지 않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랜 기간 국내 뷰티 업계 시가총액 1위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달 6일 에이피알(278470)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기존 업계 시총 2위를 유지했던 LG생활건강(051900)은 지난 6월 23일 에이피알에 밀려 3위로 떨어진 바 있다. 전날(23일) 종가 기준 아모레퍼시픽 시총은 7조3350억원으로 에이피알(278470)(8조1412억원)과 비교해 8000억원가량 적다. LG생활건강(051900)은 4조3689억원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