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온라인 여행사(OTA) 트립닷컴이 한국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선불형 기프트카드를 국내 소비자에게 발행·판매해 왔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트립닷컴의 '기프트카드 구매 가이드' 캡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은 23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트립닷컴이 웹사이트·애플리케이션(앱)에서 국가 및 언어 설정을 바꾸는 방식으로 기프트카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에 선불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프트카드는 선불 충전금과 동일하게 결제·환불(환급)에 활용되는 지급수단이다.

현재 트립닷컴은 '국가 변경 후 구매 가능'이라는 문구를 통해 국내 이용자가 국가와 언어 설정을 변경하면 기프트카드를 살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사실상 우회 결제를 유도하는 행태라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판매를 하고 있음에도 당국의 관리·감독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8조에 따르면 선불 전자 지급수단을 발행·관리하는 사업자는 금융위원회에 반드시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같은 법 제4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금융당국은 (주)문화상품권이 미등록 상태로 영업한 사실을 적발하고 제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트립닷컴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실상 기프트카드를 판매하면서도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았다"며 "국내 기업에는 등록·보증·보고 의무까지 부과하면서 해외 기업은 그대로 두는 건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트립닷컴의 기프트카드 발행 규모와 상환 보증 여부 등 핵심 정보는 해외 본사가 관리한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확인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같은 구조는 환급 불능이나 부도 발생 시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은 "금융당국은 더 이상 해외 플랫폼을 사각지대에 방치해선 안 된다"며 "트립닷컴 기프트카드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 전자 지급수단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판단하고 국내 기업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