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008770)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결국 반납했다. 임대료 조정을 둘러싼 인천공항공사와의 갈등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탓이다. 면세업계는 신세계면세점도 같은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대형급 공항면세점의 도미노 철수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전날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화장품·향수),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호텔신라는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보증금인 19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내야 한다. 계약상 의무에 따라 내년 3월 17일까지 영업한 후 철수한다.
지난 2023년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 운영 사업권 계약을 맺었던 호텔신라는 소비 패턴 변화로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면서 적자가 누적되자,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조정을 요청했다. 호텔신라의 면세사업으로 인한 적자는 매달 60억~80억원 수준이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지속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 상황"이라며 "회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도 신라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DF2권역(주류·담배) 임대료 문제로 인천공항공사와 대립하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지난 4월과 5월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40% 감면을 요구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인천지방법원에 신청했다. 이후 인천지방법원은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25~27%로 낮추라고 강제성 없는 조정안을 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을 좁히지 못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철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면세업계는 호텔신라의 면세점 철수가 면세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본다. 신세계면세점까지 사업권을 반납하면 대규모 재입찰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해지한 면세사업자가 6개월 의무 영업을 하는 동안 인천공항공사는 후속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며 "지난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은 입찰 공고가 올라오면 다시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23년 롯데면세점은 입찰에 나섰지만,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에 비해 낮은 금액을 제시해 탈락했다.
중국면세점의 인천공항 입점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면세점이 철수한 자리에 중국 면세점이 들어와 '안방'을 뺏기면 국내 면세업계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인천공항에 중국 면세점이 있다면 중국인들은 이 면세점에서만 소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 2023년 입찰에서 탈락한 중국국영면세점(CDFG)은 롯데면세점보다 높은 입찰가를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면세업의 경쟁력 차원에서라도 국내 면세 사업자들이 인천공항 내 입지를 사수하는 건 중요하다. 법적 대립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에 계속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