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네이버의 양강구도가 굳어지는 가운데 중하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브랜디와 하이버를 운영하는 뉴넥스는 지난 16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뉴넥스는 임직원 명의 판매자 공지를 통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며 "회사를 정리하거나 멈추려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관리·감독 아래 재무 구조를 바로잡고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패션 플랫폼 브랜디와 하이버를 운영하는 뉴넥스가 지난 16일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구글플레이스토어 캡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뉴넥스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30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은 195억원으로 전년보다 66% 줄었고, 영업손실은 5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감사를 진행한 삼덕회계법인은 "유동성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회사는 2023년 440명이 넘던 인력을 올해 초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2014년 설립된 뉴넥스는 여성 의류 쇼핑몰 브랜디로 시작해 동대문 패션 도매상의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는 풀필먼트(물류 종합 대행) 사업까지 진출했다. 한때 8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으며 약 150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다. 집꾸미기, 서울스토어 등 플랫폼 지분을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실적 부진과 함께 플랫폼 시장 투자 경색으로 추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집꾸미기는 인수 1년 만에 인수가 보다 낮은 수준으로 매각됐고, 서울스토어는 인수 2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 16일 뉴넥스는 임직원 명의 판매자 공지를 통해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캡처

업계에선 이커머스 시장의 위축에 따라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만 서울스토어(패션), 펀샵(장난감), 발란(명품), 집꾸미기(리빙), 정육각(축산) 등이 문을 닫거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다. 작년까지 범주를 넓히면 종합몰인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쇼핑을 비롯해 캐치패션(명품), 한스타일(명품) 등 사업을 접거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은 이커머스 플랫폼은 20개에 달했다.

대기업에 인수된 플랫폼만 살아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랜디와 함께 '3대 여성 쇼핑몰'로 불렸던 지그재그는 2021년 카카오(035720)에 인수된 후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또 29cm는 무신사에, W컨셉은 신세계그룹 SSG닷컴에 인수된 후 현재 흑자 운영 중이다.

한번 회생절차를 밟은 기업이 재기하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오아시스에 인수된 티몬의 경우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지만, 피해 업체의 반발 등에 따라 서비스 재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성장률은 2023년부터 10% 미만을 기록하며 둔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플랫폼의 거래대금 미정산 사태로 이커머스 판매자(셀러)와 소비자들이 대형 플랫폼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시장 경쟁 구도는 쿠팡, 네이버 같은 상위 종합몰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정진원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쿠팡과 네이버 비중이 2021년 약 50%에서 지난해 70% 이상으로 올랐다"며 "향후에도 쿠팡과 네이버는 우수한 집객력, 물류 역량과 가격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