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오프라인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단일 PB(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로 성장했지만, 목표 기업가치 10조원 달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무신사는 온라인처럼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브랜드를 선별(큐레이션)하는 편집숍 모델을 앞세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문을 연 무신사 스토어 강남점은 이 같은 전환의 신호탄이다. 매장을 '무신사 영·걸즈·포 우먼·워크&포멀·슈즈·캡클럽' 등으로 구역화해 향후 2000평 규모의 성수 메가스토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무신사는 대형 편집숍과 함께 스니커즈·모자·뷰티 등 전문 매장을 병행하며 성수 일대를 패션 생태계 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성수동 일대에 '무신사 타운'이 형성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도를 두고 국내 패션 유통 시장에서는 전례가 없는 모델이라고 본다. 백화점처럼 한 건물 안에 모든 카테고리를 집약하는 방식이나, SPA·로드숍처럼 단일 브랜드 위주로 확장하는 방식과는 달라서다.
무신사는 대형 편집숍을 중심으로 슈즈·모자·뷰티 같은 전문 매장을 위성처럼 배치해 온라인 플랫폼의 브랜드 큐레이션을 오프라인 공간 전체로 확장하려고 시도한다. 패션 플랫폼이 특정 지역을 거점화해 종합 생태계를 꾸리는 시도 자체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업계 시선이 쏠린다.
무신사가 편집숍 모델을 오프라인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은 브랜드 큐레이션이라는 본질적 경쟁력으로의 회귀다. 온라인 플랫폼 초창기부터 무신사의 강점은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는 데 있었다. 단일 PB 성장만으로는 외형 확장에 제약이 따르지만, 편집숍은 입점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늘릴수록 매출 저변을 키울 수 있는 구조다.
무신사는 여성 고객 확대와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한다. 오는 12월 '무신사 걸스' 매장을 열어 남성 위주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29CM와의 시너지로 여성 패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항저우, 일본 도쿄에도 편집숍 출점을 추진하며, 현지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스포츠와 합작법인을 세워 중국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행보는 기업공개(IPO) 추진과도 맞닿아 있다. 무신사는 최근 주관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으며, 무신사는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IPO를 통해 글로벌 확장과 물류·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본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적도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3777억원, 영업이익은 41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0.7%, 22.6% 증가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빠른 확장세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무신사의 경쟁자가 온라인몰뿐 아니라 백화점, SPA, 올리브영과 같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등 전방위로 넓어진 탓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오프라인을 키우는 속도만큼 중요한 건 그 안에 담을 '콘텐츠'"라며 "성수타운 전략과 IPO는 단순한 출점 경쟁이 아니라, 무신사가 어떤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해 소비자와 투자자를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성공 여부에 따라 성수타운은 물론 K패션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