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PSY)만 유명했던 때는 지났다. 이제는 케이(K)팝·드라마·영화·OTT 콘텐츠 등에 담긴 다양한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다. 동남아시아·중국·일본 관광객들이 주로 한국을 찾던 때와 달리 미국·유럽·중동 등 관광객 국적도 다양해졌다. 이들이 한국 문화를 더 잘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고민해야 한다."
송미선 하나투어(039130)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집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시대'로 표현되는 K콘텐츠 열풍에 여행업계가 누릴 기회를 묻는 말에 "인바운드를 하는 대형 여행기업 입장에서 케데헌 열풍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바운드는 외국 관광객의 한국 여행을 뜻한다. 하나투어의 경우 100% 자회사인 하나투어ITC를 통해 방한 외국인 대상 투어·체험·액티비티 등에 한국 문화가 담긴 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송 대표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해 경력을 쌓았다. 2008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 대학원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밟은 뒤 2016년 BCG 서울사무소 파트너로 재직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하나투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송 대표는 한국인만 상대하는 여행 사업은 성장 한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싱가포르가 본사인 트립닷컴, 인도네시아 여행 사이트 트레블로카 등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자국 시장에서 시작한 여행 플랫폼도 아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경쟁 중"이라며 "K트래블을 수출하지 않고서는 성장을 이어갈 수 없다"고 했다. 중국 인구는 약 14억명,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2억8000만명이다. 이에 반해 한국 인구는 약 5100만명으로 한국인 중심의 여행 사업으로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자국 국민이 외국으로 떠나는 여행)의 경계는 없다고 했다. 그는 "하나투어의 경우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지 32년 돼 노하우가 쌓였다. 한국인 관광객만 모객하는 게 아니라 각국 현지인을 모객해 한국 여행을 추진하면 아웃바운드가 곧 인바운드 사업이 된다"고 했다. 이어 "쌓은 노하우만큼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가 된다. 현재 하나투어가 접근 가능한 곳은 태국·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5곳"이라며 "문화와 마케팅 등 현실적인 부분을 해결하고자 현지 업체와 합작 법인(JV)을 세우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각국의 파트너사를 물색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여행업은 환율 등 변수가 많다.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대한 다각화해야 한다. 그래야 특정 리스크가 영향을 주지 않는 사업을 할 수 있고, 그 분야에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대표적인 게 코로나 팬데믹과 계엄령이 터졌을 때다. 때문에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아우르도록 다양한 국가를 상대로 한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
ㅡ다른 전략은 어떤 것이 있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지역으로의 여행 상품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 하나투어의 경우 인도네시아의 섬 '마나도' 상품으로 전세기 사업에 들어간다. 다음 달 26일부터 12월 16일까지 할 예정이다. 이 것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불확실함 속 리스크 대응의 일환이다."
ㅡ온라인 예약과 OTA(Online Travel Agency) 등 여행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다.
"이제는 더 이상 OTA냐 아니면 전통 여행기업이냐가 의미가 없다. 글로벌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독점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 기술이나 인공지능(AI)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초개인화 시대에 맞는 고객 세분화 여행 상품을 지금보다 잘 개발하려면 기술을 잘 활용해야 한다. "
ㅡ단체 상품 관광을 빼고 가격을 높인 하나팩 2.0 반응은.
"하나팩 2.0 중심 중고가 패키지의 판매 비중은 고객 수 기준 2019년 8%에서 2025년 2분기 32%로 늘었다. GMV(총 상품 거래액) 기준으로는 2019년 14%에서 2025년 2분기 53%로 증가했다. 향후 하나팩 3.0을 통해 '여행의 목적'을 더 세분화한 고객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생각이다."
ㅡ세분화한 상품 사례는 무엇인가.
"2030 세대를 공략한 '밍글링 투어 몽골'과 4050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다시, 배낭' 상품 등이다. 새로운 관점에서 이미 여행한 곳을 다시 경험하는 'N번째 여행' 상품이나 뜨개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본 뜨개질 성지 여행' 상품도 초개인화 테마에 맞춘 사례다."
ㅡAI를 적용할 분야는 없나.
"AI는 여행업계에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게 '하-이(H-AI)'다. 하-이는 AI 기반으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상품이 무엇인지 쉽게 찾아주거나 소비자가 원하는 여행 스타일·상품을 짧은 시간 내에 찾아주는 멀티 AI 에이전트 서비스다. '내가 써보니까 좋은데 써볼래?'라는 식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노하우를 전수해주면 여행 서비스업도 수출하기 쉬워질 것이다."
ㅡ럭셔리 투어 시장 전망은.
"하나투어의 제우스월드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반 해외여행 시장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1인 평균 상품가가 일본·동남아 지역은 1000만원 수준이고 유럽은 2000만원, 심지어 4000만~5000만원짜리 상품도 유럽 예약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 초개인화 테마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전망도 좋다. 견본 샘플 상품이 있지만 오더 메이드(Order-made)로 진행된다. 여행자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로만 구성된다는 건 매력적인 요인이다."
ㅡ향후 5년 여행업 전망은.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쌍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본다. 동남아 시장에서 자리 잡아 아웃바운드 시장을 확보한 후 각국 인바운드 시장까지 확장하면 성장성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