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규모를 키우면 절대 죽지 않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는 큰 말은 죽기 쉽다는 대마필사(大馬必死)의 시대가 됐다."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을 지낸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는 11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송 작가는 2023년부터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변화의 흐름을 예견하는 '시대예보' 시리즈를 매년 펴내고 있다. 앞서 두 책(핵개인의 시대, 호명사회)이 개인과 사회의 미래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경량문명의 탄생'을 선언하며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 단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예고했다.
'경량문명'이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새로운 문명을 의미한다. 작가는 AI를 만난 핵개인의 증강된 능력이 기존 조직과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며, 이미 그 변화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송 작가는 "2022년 11월 30일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가 출시된 이래 글로벌 사용자는 주간 7억 명, 국내는 2000만 명이 넘었다. 한국은 유료 구독자 2위로 기술 수용·적응이 빠르다"면서 "작년만 해도 보안 이슈로 도입을 고민하던 회사의 대표들이 올해는 도입하겠다며 태도를 바꾸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우리가 알던 성공 규칙도 깨질 것으로 송 작가는 내다봤다. AI 혁신을 기반으로 1인당 매출이 가장 큰 기업들의 순위를 소개하는 사이트 '린AI 리더보드'에서 올해 7월 기준 상위 43개 기업을 살펴보면, 1인당 평균 249만달러(약 34억원)의 매출을 냈다. 1인당 환산 시가총액은 1633억원, 삼성전자의 1인당 시가총액(17억원)을 고려하면, AI기업의 구성원당 기업가치가 전통 대기업의 96배가 넘었다.
그간 중후장대 기업이 막대한 투자로 산업단지를 지어, 많은 인원을 통해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성공 방정식이었다면, 이젠 AI로 무장한 개인이 기업과 경쟁해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큰 기업이 모두 어려워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송 작가는 "조직의 구조가 성기고 밀도가 낮다면 더 큰 결과를 낼 수 있다. 반대로 작은 기업이라도 문화와 태도 무겁다면 가라앉을 것이다. 돌멩이는 작아도 가라앉고, 비행기는 거대하지만 하늘 위를 뜬다. 규모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걸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태도와 협력의 방법을 전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광고업의 경우 단계가 기존 '광고주→대행사→협력사→매체→모델'에서 '광고주→모델'로 간소화하고 있다. 메타 등 글로벌 대기업에서는 이미 간소화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경량문명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까. 송 작가는 "생산과 협력의 방법이 달라졌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유형자산으로 산업을 일궜으나, 앞으로는 지식재산권(IP), 문화 등 무형자산으로 동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케이(K)컬처다.
송 작가는 "K컬처는 이제 시작이다. 과거 한류가 몇몇 국가에서 수혜를 얻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글로벌하게 열린 건 처음"이라며 "지금 정점을 말하기엔 시기상조이다. 다만, 예전의 방식으로 전달하면 홍콩영화처럼 곧 식상해질 거다. 구성원들에 대한 다양성을 계속 확대하고 새로운 분들을 수용하는 방식에 전향적 태도를 갖춰야 앞으로도 산업이 커질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송 작가는 "출간 일정을 2주 앞당길 만큼 무언가 큰 것이 빠르게 오고 있다는 걸 관찰했다. 앞서 두 책이 '예보'였다면 이번 책은 '특보'다. 우리 모두에게 축복인 이 변화가 각자에게 재앙이 되지 않도록 더 무장하고, 좀 더 빠른 형태의 속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