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부터 9일까지 이어지는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유통업계가 추석 선물세트를 둘러싼 '가성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업체마다 공통적으로 5만원 미만 제품 구성을 대폭 강화하고 수량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가격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할인 폭이 큰 사전 예약 상품을 저렴하게 마련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10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139480)는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 과정에서 3만~4만원대 과일 선물세트 물량을 전년 대비 20% 늘렸다. 통조림, 조미료 등 가공 상품도 2만~4만원대 선물세트 물량을 20% 확대했고, 일상용품은 1~2만원대 극가성비 세트를 제품군을 강화했다.
롯데마트는 사전 예약으로 판매하는 800여종의 선물 세트 중 40% 이상을 5만원 미만 상품으로 구성했다. 주류 선물 세트는 절반가량을 5만원 이하 상품으로 채웠다. 홈플러스도 전체 선물 세트 가운데 64%를 3만원 이하 상품으로 구성해 가성비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전략은 실제 매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과일 세트 사전 예약 매출을 집계한 결과, 상위 4개 품목이 모두 5만원 미만 상품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판매량 1위 제품은 '유명산지 사과 세트(3.6kg·11입)'로 4만9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매출 2, 3위 제품은 '사과·배 혼합 세트'와 '당도선별 사과'로 3만~4만원대 제품이었다.
편의점 업계도 소용량·실용 상품 위주로 구성된 추석 선물 세트를 내세우며 가성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GS25는 지난달 29일부터 '2025 우리 동네 선물 가게'를 테마로 총 650여종의 명절 선물 세트를 3만~10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이와 함께 112여종의 상품을 대상으로 제휴 신용카드를 통해 사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추가 증정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김·햄·식용유, 샴푸∙바디 세트 등 1만~5만원대 실속 선물 세트는 1+1 행사를, 양념 LA갈비·굴비·곶감 등 고급 선물 세트에 대해선 2+1 행사를 진행 중이다.
CU도 올 추석 선물 세트에서 일정 수량 이상 구매 시 증정품을 주는 행사 품목을 전년 대비 10%가량 늘린 250여종으로 확대했다. 조미·통조림 50여종, 생활용품 30여종, 수산물 20여종 등이 대상이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당시 3만원 미만 상품이 전체 매출의 18.5%를, 3만~5만원 상품은 36.6%를 차지했다. CU 관계자는 "지난해 데이터를 반영해 올해도 중저가 제품군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도 '실속형 상품' 20종을 출시해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참치·햄·식용유 등으로 구성된 3만원대 가공·유지 선물 세트부터 5만원대 헤어·바디케어 상품, 8만원대 한우 차돌박이 구이 세트 등 7가지 카테고리에서 중저가형 상품으로 제품군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이마트24 역시 올해 추석 3만원대 선물 세트를 전년 대비 41% 늘렸다. 화장품, 커피, 견과 선물 세트와 같은 중저가 실속 선물 세트를 강화했다.
이처럼 대형 마트·편의점이 가성비에 힘을 주는 가운데, 백화점 업계는 가격대를 더 높인 프리미엄 세트에 집중하며 고급 수요를 조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올해 추석 한우 세트를 전년보다 10% 늘려 역대 최대 물량으로 구성했다. 300만원 상당의 프리미엄 라인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No.9)'부터 10만원대 소포장 세트 '한우 소담 성(誠)'까지 가격대를 세분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의 하이엔드 푸드홀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주제로 한 음식과 디저트, 술·찻잔 등 단독 세트를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1988년부터 2017년까지 30년간 매년 생산된 빈티지를 한데 모은 '샤토 무똥 로칠드' 버티컬 와인세트(1억2000만원)를 선보이며 주류 측면에서 차별화했다.
올해 추석 선물 세트는 예약 초반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8일과 14일에 추석 선물 예약을 개시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이달 2일까지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15% 늘었다. 홈플러스의 경우 법인·단체 고객이 줄어 작년보다 소폭 줄었으나, 축산·수산·과일 등 신선식품 세트 매출은 20%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추석은 최장 열흘에 달하는 긴 연휴로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소비자가 많아 선물을 앞당겨 예약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가성비가 높은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고급 선물 수요도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