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 업계에서 위스키부터 패션, 뷰티에 이르기까지 단독 상품 출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객단가(인당 구매액) 하락으로 면세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단독 상품을 내세우며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매출 확대를 동시에 노리려는 모습입니다.
8일 면세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스코틀랜드의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 '글렌알라키(Glenallachie)'와 협업해 면세점 단독 상품 2종을 출시했습니다. 해당 상품은 '글렌알라키 싱글캐스크 2012 12년 PX'와 '글렌알라키 싱글캐스크 2012 12년 올로로소'로, 각각 716병·339병만 생산됐습니다.
현정훈 신세계디에프 주류 담당 바이어는 "해당 상품 출시를 위해 증류소의 여러 위스키 샘플을 검토하면서, 국내 시장에 적합한 캐스크(오크통·cask)를 골라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에도 한국 위스키 주조 1호 장인인 김창수위스키증류소의 김창수 대표와 협업해 단독 상품 '김창수 위스키 트래블 익스클루시브(Travel Exclusive)'를 선보였습니다. 앞서 7월에는 '김창수초이스2-스페이사이드' 제품을 온라인몰에 단독 입점했는데, 130병이 입점 직후 완판됐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2월에도 대만의 독립병입 위스키 브랜드 '동방명'과 협업해 3종의 단독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1월 대만 위스키 브랜드 '카발란(Kavalan)'과 협업해 단독 상품인 '그랜드 리저브' 시리즈 2종을 출시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이를 위해 지난해 카발란 제조사 킹카그룹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 왔습니다. 신라면세점도 지난 3월 스카치 위스키 증류소 '브룩라디(Bruichladdich)'와 협업해 일부 제품을 단독 선출시 했습니다.
단독 상품 경쟁은 식품, 화장품 등 다른 분야에서도 치열합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달 초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첫 뷰티 컬렉션 '라 보떼 루이 비통'을 전 세계 면세점 최초로 입점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5월 인천공항 최초로 2개 층에 걸친 '루이 비통 듀플렉스 매장'을 열었는데, 이곳에 라 보떼 루이비통을 들였습니다.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코스메틱 라인 '프라다 뷰티' 매장을 국내 시내면세점 최초로 서울 명동점 10층에 들이기도 했습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글로벌 공항 최초로 명품 향수 브랜드 '겔랑'의 최상위 매장인 '겔랑 얼티메이트 부티크'를 입점했습니다. 신라면세점은 부티크 매장을 통해 국내 면세점 최초로 헤어케어 라인과 하이엔드 향수 콜렉션을 통해 단독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 싱가포르 '바샤커피'와 협업해 글로벌 단독 상품인 '어드벤처 커피 드립백 세트'를 출시했습니다. 제품은 바샤커피의 시그니처 제품군 6종을 모아 25개입 커피 드립백 선물 세트로 구성됐습니다. 롯데면세점 측은 "상품 구성부터 이름 선정, 디자인까지 상품 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면세 업계에서 단독 상품 출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것은 집객 효과 때문입니다. 현재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입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은 약 513만명으로 전년 동기(442만명) 대비 16.1% 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들의 외국인 대상 매출액은 4조8415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3969억원) 대비 34.5% 줄었습니다.
면세 업체들이 출시하는 단독 상품은 수량이 적지만, 이를 구매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몰을 찾는 고객이 많아집니다. 이는 자연스레 다른 품목의 판매량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유명 해외 브랜드와 협업해 단독 상품을 출시하는 것 자체가 해당 면세점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고급 향수, 시계, 주얼리 같은 프리미엄 카테고리를 글로벌 명품 업체와 협업해 단독으로 선보이면 VIP 고객층을 유인할 수 있고, 브랜드에도 감성과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