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의 마케팅 담당 임원과 실무진은 이번 주 중국 광저우와 칭다오 출장에 나선다. 오는 29일부터 시행되는 중국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을 앞두고 현지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충칭, 우한, 칭다오 등 중국 2·3선 도시에서 오는 관광객 비중이 확대되는 걸 고려해 현지 사무소 및 여행사와 협력해 지역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국내 여행이 허용됨에 따라 면세·유통업계가 특수를 맞을 채비에 나섰다. 면세업계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이 돌아오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부터 이어진 장기 부진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모습. /연합뉴스

8일 한국관광공사 외국인 관광객 추이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2019년 602만 명에서 지난해 460만 명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2019년 24조8586억원이던 면세 시장 규모도 지난해 14조2000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단체 관광객은 개인 관광보다 소비 규모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100만 명 증가하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08%포인트(p)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업계는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중국 국경절 연휴 및 APEC 정상회의와 맞물려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모객 및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주부터 직원들을 중국으로 급파해 단체 관광객 모객에 나선다. 현지 여행사와 협력해 맞춤형 쇼핑 상품을 개발하고, 전용 콘텐츠와 쿠폰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뷰티 클래스와 K콘텐츠 체험 등 관광과 쇼핑을 동시에 즐기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상품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지난 3일 한국콜마(161890)와 업무협약(MOU)을 체결, 케이(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판로 확대 지원에 나섰다. 결제 편의성 제고를 위해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7월부터는 라인페이 대만도 도입했다. 이와 함께 롯데면세점 내에 있는 한류 체험 공간 '스타에비뉴'를 연내 리뉴얼(재단장)할 방침이다.

지난 8월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제주점에서 중국 국적의 크루즈 '블루드림스타호(Blue Dream Star·2만4782t)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뉴스1

신라면세점은 중국 현지 여행사와 협업해 중국 단체 관광객 및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전시) 단체 유치에 집중한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현재 마이스 등 고부가가치 단체 고객이 월평균 2만 명 이상 방문하고 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일일투어나 개별자유여행객(FIT)을 대상으로 한 연계 상품을 개발한다. 지난 4월에는 중화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B1A4 출신 '진영'을 홍보 모델로 발탁했다. 향후 다국적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를 홍보 모델로 선정해 해외 고객을 공략해 간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면세점도 마이스 및 개별자유여행객 중심의 질적 성장을 도모한다. 신세계에 따르면 비즈니스 목적 단체의 객단가는 일반 관광 단체보다 객단가가 3~4배가량 높아 효율적인 매출 확대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기업 방문단 및 비즈니스 관광객에게 명동 미디어 파사드에 환영문구를 노출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올 연말까지 인센티브 단체 프로그램을 통해 5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할 목표를 세웠으나, 중국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추가로 1만명 이상을 더 유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쇼핑 트렌드가 변화한 점을 변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면세점을 찾던 관광객들이 다이소, 올리브영 등 주요 상권의 가두점을 방문하고 있어, 중국 단체 관광객이 늘어도 비슷한 소비 패턴이 나타날 거란 전망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 대상 무비자 정책은 한국 관광 산업 회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무엇보다 소비가 회복되어야 더욱 유의미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