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시내 면세점 특허를 늘리기로 결정하며 기존 사업자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악화한 면세 업황으로 수익성이 감소하고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면세점이 들어서면 고객 유치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이형일 1차관 주재로 '제6차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중소·중견기업 대상 시내 면세점 특허 수를 서울에 2개, 전북에 1개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관세청은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해 조만간 공고를 내고 특허심사위원회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면세점은 일반 소매 업종과 달리 정부의 특허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

면세 업황 악화로 지난 7월 31일 폐점한 현대면세점 동대문점 외관. /현대백화점 제공

현재 서울 시내에서 운영 중인 면세점은 롯데(명동본점·월드타워점), 신세계(명동점), 신라(서울점), 현대(무역센터점), 신라아이파크(HDC신라면세점), 동화(동화면세점) 등 7곳이다. 이들은 업황 악화로 기존 점 규모를 축소하고 폐점까지 단행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업자가 들어오면 고객이 분산돼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면세점은 동대문점을 수익성 악화 문제로 지난 7월까지만 운영하고 폐점했다. 또 무역센터점도 기존 8~10층 3개 층에서 8~9층 2개 층으로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롯데면세점 역시 지난해부터 월드타워점의 규모를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면세 업황 악화의 주된 배경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다. 예전처럼 면세점에서 명품 등을 대량 소비하기보다는,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 케이(K)뷰티, K패션 등으로 주 소비처가 바뀐 탓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외래관광객조사 2분기 잠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쇼핑 장소는 로드숍(49.6%)으로 나타났다.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이 각각 39%로 뒤를 이었고, 시내 면세점은 28%에 그쳤다.

이는 면세점의 객단가(인당 구매액)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은 약 513만명으로 전년 동기(442만명) 대비 16.1%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들의 외국인 대상 매출액은 4조8415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3969억원) 대비 34.5% 감소했다. 방문객이 늘어도 소비액이 줄며, 상반기 외국인 객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한 94만원에 그쳤다.

서울 시내 롯데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마친 뒤 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국내 중소·중견 면세점 업체는 경복궁면세점, 시티면세점, 판판면세점 등이 있다. 이들은 명품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군을 골고루 다루는 대기업 면세점과 달리, 외국 관광객이 소량이지만 꾸준히 구매하는 김·고추장 등 식품과 화장품 등을 주력으로 판매해 비교적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경복궁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 2135억원·영업이익 136억원으로 6.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대기업 면세 업체들은 일제히 수백억원, 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한 면세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과 달리 돈을 벌고 있는 중소·중견 면세점 업체가 서울 지역에 시내 면세점을 낸다면 기존 사업자들에게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들 업체가 강점이 있는 식품류 등에서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친다면 경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면세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중소·중견 업체는 기존 대기업과 다른 판매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어떤 위치에 매장이 들어서는지에 따라 기존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