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인 주문기 1위 업체 티오더가 지난해 적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매각설이 제기되며 기존에 평가받은 기업가치 3000억원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식업 디지털 전환'의 선두주자로 성장했지만, 흑자 전환 및 수익성 개선이 향후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티오더 단말기의 모습./티오더 제공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오더 창업자 권성택 대표가 보유한 지분 50% 이상이 매각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매각가는 전체 지분가치 기준 3000억원 이상이 거론된다. 다만 티오더 측은 "협업 제안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티오더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비대면 문화 확산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만,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성장세가 둔화하며 실적이 악화했다. 지난해 매출은 572억원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4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은 250억원에 달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에 따라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파생상품 부채가 반영되면서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62억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가 됐다.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성장 중심' 전략의 후유증이 있다. 인건비는 96억원에서 19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지급수수료와 마케팅비도 급등했다. 호텔 플랫폼 인수와 해외 법인 설립 등 공격적 확장이 비용으로 직결되며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외식 경기 침체로 신규 설치가 줄고 해지율이 늘어난 점도 경영에 부담이 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티오더의 기업가치는 여전히 3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국내 약 23만 대 설치, 시장 점유율 60% 이상이라는 압도적 1위 지위와 안정적인 구독료 기반 덕이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월 구독료 모델은 예측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광고·데이터·상권 분석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티오더는 광고 사업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고, 전체 인력의 4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해 주문·결제 시스템 고도화와 데이터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무인 주문기를 넘어 '외식 디지털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을 꾀하는 셈이다.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있다. 북미와 유럽 외식업계 역시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으로 무인 주문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국내에서 검증된 대규모 설치·운영 경험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티오더는 최근 중기부·MS의 '마중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역량을 인정받아 글로벌 판로 개척과 기술 고도화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해외 진출의 제도적·기술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자본 잠식과 실적 부진을 해소할 뚜렷한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배달의민족·야놀자·토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저비용 QR 오더 모델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태블릿 기반 서비스의 차별성을 어떻게 증명할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1~2년 내 흑자 전환과 영업현금흐름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면 기업가치 재평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외식업계 무인주문기 도입률은 7.8% 수준이다.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만 해도 10배 이상 성장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티오더가 MS와의 기술 협업을 확대하고 수익성 중심 구조 전환에 성공한다면 유니콘을 넘어 지속 가능한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