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영향으로 수백억 원대 적자가 이어졌던 롯데쇼핑(023530)의 인도네시아 유통 사업이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하며 회사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쇼핑은 인도네시아에서 운영 중인 점포들에 한국적 요소를 더하는 리뉴얼(재단장)을 통해 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롯데쇼핑의 인도네시아 도매점 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난 496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해당 법인의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7% 줄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매장을 재단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설비 투자 영향이다.
도매점 법인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수백억 원대 적자를 냈다. 그러나 2023년 1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한 뒤 꾸준히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하며 현지 사업을 견인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8년 네덜란드계 인도네시아 대형 마트 체인점 마크로(Makro)의 점포 19곳을 약 3600억원에 인수하며 한국 유통업계 최초로 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현지 법인을 3개(도매점, 소매점, 백화점)로 늘렸다.
롯데쇼핑은 인도네시아 내 주요 교통 거점 지역에는 도매점(총 36개)을, 자카르타 등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는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소매점(총 12개)을 운영한다. 이는 소규모 섬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소매 사업자가 도매 할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매한 뒤 재판매하는 유통 구조가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적자가 이어졌던 소매점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소매점 법인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084억원, 당기순손실 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늘고, 손실 규모는 99.8% 줄어든 수치다. 소매점은 지난해 82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올해 연간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롯데쇼핑은 인도네시아 내 점포들의 리뉴얼을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그로서리(식료품) 전문 매장'의 형태를 현지 점포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롯데쇼핑은 지난 1월 소매점으로 운영하던 롯데마트 꾸닝안시티 지점을 K(케이)푸드 그로서리(식료품) 전용 매장으로 재단장했다. 한국식 매장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용량과 가성비를 콘셉트로 40여 종의 글로벌 음식을 다루는 '요리하다 월드뷔페' 등 먹거리 특화 공간을 조성했다.
최근에는 도매점에 소매점의 성격을 더한 '하이브리드 매장'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도입했다. 기존 2000평 규모 도매점으로 운영되던 발리점을 재단장해 약 1500평 규모의 한국 식료품·신선식품 중심의 그로서리 전문 소매점을 입점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매점 면적 가운데 90%는 K푸드를 비롯한 식음료(F&B) 콘텐츠로 채워넣으며 고객 체류 시간을 늘렸다. 도매점 면적은 500평 규모로 축소했지만 전문 고객을 위한 특화 상품 가짓수는 늘렸다. 또 인도네시아 도매상을 위한 전담 영업팀을 구성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상권 특성과 고객 수요를 정밀하게 분석해 도매와 소매의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매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인도네시아 현지 고객과 글로벌 관광객 모두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리테일 문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