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새벽 배송 플랫폼 컬리가 지난달 최고 신사업 책임자(CNO·Chief New Business Officer)로 오늘의집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집꾸미기 대표를 역임한 길경환 씨를 선임했다. 업계에선 온라인 장보기로 시작해 뷰티, 패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성장한 컬리가 리빙 카테고리 키우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컬리는 올 상반기 반기 기준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1조1595억원,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집계됐다. 식품 부분의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패션, 리빙 등을 취급하는 3자 물류(3P) 거래액이 성장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힘입어 컬리는 올 하반기 네이버와 협업해 'N마트'를 출범하고, 컬리USA를 통해 미국 역직구 사업을 시작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다. 또 창업 이래 처음으로 CNO도 외부에서 영입했다.
특히 이번에 영입된 신사업 책임자가 리빙 전문가라는 점에서 해당 사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길 CNO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SK커뮤니케이션즈, 베인앤드컴퍼니, 에스티유니타스, 티몬 등을 거쳐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집꾸미기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컬리의 리빙 사업은 패션과 함께 3P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3P란 컬리가 재고를 보유하고 배송하는 1P(직매입) 방식과 달리, 판매자가 재고를 직접 관리하고 배송하면서 유통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올 상반기 3P 수수료 매출은 1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거래액에서 3P 사업 비중은 한 자릿수 수준이지만, 성장세는 사업부 중 가장 높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리빙 사업을 키울 거란 시장의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컬리 관계자는 "길 CNO는 연내 시작하는 네이버와의 협업 사업을 비롯해 3P 등 신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라며 "단지 리빙 사업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를 수행한 이력을 바탕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등이 포함된 '리빙' 분야는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가구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사는 게 보편적이었으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소비가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 리빙 시장은 20조원 규모로,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가구 거래액은 2019년 3조5358억원에서 지난해 5조6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가구의 온라인 침투율(소매 판매액 대비 온라인 거래액 비율)은 49.7%로 신발·가방(39.9%), 화장품(37.4%), 의류(31.8%) 품목보다 높았다. 올해는 가구와 인테리어 상품의 온라인 거래액이 7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 CJ의 유통 플랫폼 CJ온스타일 등이 리빙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쿠팡도 일부 가구 제품에 대해 '로켓설치'를 시행 중이다. 로켓설치 대상 상품은 오후 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 및 설치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리빙 버티컬 플랫폼 오늘의집은 최근 오프라인 쇼룸을 열고 인지도 높이기에 나섰다. 2014년 출범한 오늘의집은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플랫폼으로 시작해 인테리어 시공과 이사, 청소까지 지원하는 슈퍼앱으로 성장,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전통 가구 업체들도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추세다. 신세계까사의 온라인 리빙 플랫폼 굳닷컴을 운영 중이며, 현대리바트는 쿠팡에 입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의 취향이 세분되고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증대하면서 리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흔히 이커머스의 가치 평가 지표로 거래액을 보는데, 리빙은 구매 빈도수는 적지만 객단가가 높아 거래액과 마진 확보에 유리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