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간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다음 달부터 판매자 수수료 인상을 골자로 수수료 정책을 개편한다. 업계에선 영업이익 흑자 전환 및 고객 록인(가둬두기)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번개장터는 오는 9월 17일부터 중고거래 거래에 대한 일반 판매자 수수료를 현행 3.5%에서 6%로 인상한다. 전문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프로상점의 경우 기존 일괄 5%에서 카테고리별로 6~10%의 차등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와 함께 결제 수단인 '번개머니' 서비스를 출시한다. 번개머니를 사용할 때 상품 금액의 2.5%를 판매자에게 추가 입금해 주기에 수수료는 현행과 같은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번개장터가 수수료 정책을 바꾼 건 작년 8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지난해 번개장터는 자체 안전결제 시스템으로 상품을 결제하도록 하고, 판매자가 상품 가격의 3.5%를 거래 수수료로 내도록 수수료 정책을 변경했다. 기존엔 배송비 명목으로 구매자에게 상품 금액의 3.5% 수수료를 적용했다. 사측에 따르면 안전결제 시행 후 두 달 만에 사기 거래 신고 건수가 80%가량 감소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거래 편의성과 판매자 혜택 강화를 위해 번개머니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수수료 정책을 변경하게 되었다"라며 "중고거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거래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앱 사용자들 사이에선 반발이 나온다. 한 사용자는 "번개머니를 받아도 다른 플랫폼에선 사용할 수 없어 수수료를 올린 거나 마찬가지"라며 "중고품을 거래하는 개인보다 중고업자를 겨냥한 정책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번개장터는 2011년 설립된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2020년 사모펀드(PEF) 운영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프랙시스)가 경영권을 약 1500억원에 인수했다. 프랙시스 인수 전인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6억원, 2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후엔 적자를 기록 중이다.
작년 7월 번개장터는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유치하면서 '올해를 흑자 전환의 원년을 삼겠다'고 밝히고, 수수료 체계를 손봤다. 그러나 지난해 번개장터는 영업손실 196억원을 기록했다. 판매자 수수료 징수 및 안전결제 도입으로 매출(449억원)이 전년 대비 31.5% 늘었지만, 영업손실을 줄이지 못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3년 30조원에서 지난해 43조원으로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중고거래 앱 사용자는 당근(2125만명), 번개장터(467만명), 중고나라(168만명)로, 올해도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익 면에서는 당근을 제외하고 적자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당근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1891억원, 영업이익 376억원으로 2년 연속 흑자를 냈다. 중고나라는 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으로 중고거래 서비스도 지원하는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KREAM)은 지난해 88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1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중고나라는 구매자에게 3.5%의 안전거래 수수료를 받고, 크림은 판매자에게 거래 등급별로 5~6% 수준의 수수료를 매긴다. 당근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당근이 수익을 내는 이유는 지역 기반 광고 사업이 활발해서다. 2022년부터 지역 광고 사업을 본격화한 당근은 지난해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광고 매출은 576억원으로 전체의 99%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