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일 국민의 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하는 생활 밀착 규제 24건을 발굴해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 해당 내용에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시간제한'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은 대형마트에 매달 2회 의무휴업,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영업시간 제한을 두고 있다. 이 시간 동안 온라인 배송도 금지돼 국민의 불편이 가중된다는 게 대한상의의 판단이다.
2012년 제정된 유통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시장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상생 정책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수도권 1500가구의 일평균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610만원)이 대형마트 영업일(630만원)보다 더 적었다는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2022년)도 있었다.
특히 소비의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진 와중에도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공정 경쟁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한상의는 소비자 편익과 유통 산업 간 형평성을 고려해 영업시간 제한을 시대에 맞게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정부에 건의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개선은 관련 기업들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국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규제이기도 하다"라며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불편을 해소하는 시각에서 건의를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22년 대한상의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직장인·맞벌이 가구·1인 가구 등 새벽배송 수요가 높은 계층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 채널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14년 27.8%에서 지난해 12% 수준으로 축소됐다. 당시 대형마트와 비슷한 수준이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매출 비중은 2014년 28.4%에서 지난해 51%까지 확대돼 격차가 커졌다.
올 상반기에는 대형마트를 포함한 오프라인 매출이 5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0.1%)했다. 특히 온라인 침투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판단됐던 식품 부문은 6월 전년 대비 24.1% 증가율을 보인 반면, 오프라인은 0.2% 감소했다.
식품 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대형마트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경영난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홈플러스는 새 주인을 찾고 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이 없다. 롯데마트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3% 줄었고, 4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소비 심리 둔화로 매출이 감소한 데다, 오카도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이(e)그로서리 사업부가 이관된 영향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이마트(139480)는 별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2%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와 노브랜드 전문점을 제외한 이마트 할인점만 놓고 보면 매출은 전년 대비 0.5% 증가하고, 영업손실이 계속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일부 지자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했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이 전통시장 보호와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하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평일 전환은 멈춘 상황이다. 업계에선 지난 3월 민주당이 민생연석회의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민생 20대 과제'에 포함한 만큼 곧 입법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의무휴업이 대형마트의 부진을 이끈 주요인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대형마트의 부진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흐름이 변한 것이 큰 이유고, 의무휴업에 따른 영향은 일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공휴일로 강제할 때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연간 100억~200억원 내외로 주말 영업 축소에 따른 인건비 감소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그 영향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짚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통법은 이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상징적인 보호막으로 자리 잡았기에 실효성만으로 따져 없앨 문제가 아니다"라며 "규제 취지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허용'과 같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양보해 줄 만한 부분들을 도입해 조금씩 변화를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