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면세점 간 임대료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적자에 시달리는 두 면세점이 임대료를 40% 낮춰달라며 법적 조정 절차에 들어갔지만, 공사는 형평성·계약 절차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라·신세계는 2023년 인천공항 4기 면세점 공개입찰에서 주력 상품권(DF1·DF2)을 각각 여객 1인당 8987원(낙찰률 168%), 9020원(161%)에 따냈다. 이는 공사가 제시한 최저 수용액 대비 각각 68%, 61% 높은 수준이다. 당시 '승자의 저주' 우려 속에 공격 입찰을 단행했지만, 코로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와 내국인의 해외·온라인 구매 확대로 매출이 부진해졌다. 두 회사는 현재 각각 월 80억 원가량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인천공항 출국객 수는 3531만명으로 코로나 이전을 회복했으나, 면세점 매출은 2조181억원으로 2019년 대비 72% 수준에 그쳤다. 화장품·향수·주류·담배 객단가도 5만1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하락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법원 감정 결과에서 "객단가 회복이 단기간 어렵고 손실 확대가 예상된다"라며 두 업체 철수 시 재입찰가는 약 40%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공사는 "임대료는 업체가 공개경쟁입찰에서 직접 제시한 금액이며, 현 계약은 국가계약법 절차에 따라 체결됐다"라며 인하 요구를 거부했다. 임대료 감면 시 타사와 형평성 훼손뿐 아니라 배임 등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임대료 조정이 가능하다고 명시된 사유(매장 이전·축소·확장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사에 따르면 두 업체가 계약을 해지하면 각각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며, 6개월 의무 영업 조건도 따른다. 재입찰 참여는 가능하지만, 정성평가에서 감점이 불가피하다. 2018년 롯데면세점도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사업권을 반납한 뒤 후속 입찰에서 감점을 받은 사례가 있다.
신라·신세계는 당시 입찰가에 코로나 회복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설명하며, 재입찰 시 동등한 역량의 사업자를 찾기 어려운 점, 면세점 운영 공백으로 인한 이용객 불편과 공사 수익 악화를 이유로 감액이 공공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사는 "임대료를 사후 감액해 주면 향후 고가 투찰 후 조정 요구가 늘어 계약 절차의 공정성과 공개입찰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인천지방법원은 오는 28일 2차 조정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6월 1차 조정기일 당시 공항공사 측의 불참 이후 이달 14일 2차 기일을 잡았으나 법원은 임대료 감정서 제출을 위해 한 차례 조정기일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