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이 최근 자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비욘드 신세계'를 출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간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을 통해 백화점과 이마트 상품은 물론, 오픈마켓 셀러가 판매하는 상품까지도 아우르는 종합 이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브랜드 큐레이션을 비롯해 일부 편의 기능만 제공하던 백화점 앱에 결제 시스템을 탑재함으로써 쇼핑 경험 향상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계열 분리를 앞둔 ㈜신세계가 백화점의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백화점 '비욘드 신세계' 메인 화면. /신세계백화점 앱 캡처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공식 애플리케이션(앱·APP)을 리뉴얼(재단장)하며 이커머스 플랫폼 비욘드 신세계를 출시했다. 기존 신세계백화점 앱에 앱인앱(App in App) 형태로 들어온 비욘드 신세계는 전국 신세계백화점 입점사 중 온라인 배송을 지원하는 브랜드 2200여 개를 한곳에 모아둔 쇼핑 플랫폼이다.

기존 신세계백화점 공식 앱은 브랜드 큐레이션과 고객 편의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신세계백화점이 매달 발행하는 쇼핑 가이드북 형태의 '신세계매거진'을 앱에서 볼 수 있게 제공하고, 고객에게 주차·음료 쿠폰 등 각종 혜택을 주는 식이다.

신세계백화점 공식 앱 내에서 소개되고 있는 향수 제품(왼쪽). 해당 제품의 '자세히 보기'를 누르면 가격 정보와 함께 구매 창이 나타난다(오른쪽). /신세계백화점 앱 캡처

그러나 기존 앱은 쇼핑 기능이 탑재되지 않아, 이용자가 제품 사진과 설명 등을 접하는 수준에 그쳤다. 가격 정보를 찾거나, 구매를 위해선 별도로 SSG닷컴 앱을 열고 제품명을 검색해야 했다.

비욘드 신세계는 이 같은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신세계 앱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탑재했다. 단순 제품 정보 제공에서 벗어나, 해당 상품의 빠른 구매로 이어질 수 있게 해 쇼핑 경험의 편의성 극대화를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비욘드 신세계는 SSG닷컴에 입점해 있는 백화점 제품을 미러링(Mirroring·데이터 양방향 동시 출력)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비욘드 신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은 SSG닷컴에도 동일하게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SSG닷컴(왼쪽)과 비욘드 신세계(오른쪽)의 메인 화면 모습. /SSG닷컴, 신세계백화점 앱 캡처

또 비욘드 신세계의 결제 및 배송 시스템 역시 SSG닷컴에 기반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SSG닷컴 내 백화점 제품과 비욘드 신세계에 올라오는 제품 간에 차이는 없다"라며 "비욘드 신세계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SSG닷컴의 배송 및 결제 시스템을 연계해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비욘드 신세계 회원을 대상으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의 플랫폼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특가관'을 운영해 매주 월·목요일에 새로운 상품을 할인 판매하고, 라이브 커머스도 주 2회 이상 편성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는 24일까지 3만원 이상 구매 시 최대 2만원을 깎아주는 할인 쿠폰을 매일 제공하고, 10만원 이상을 구매하면 9월 중 전국 신세계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쓸 수 있는 쿠폰팩도 별도로 지급한다. 이 밖에도 올해 말까지 비욘드 신세계에서 구매한 금액의 50%는 내년도 신세계백화점 VIP 실적으로 인정해 주겠다고 밝혔다.

펜디 가방 제품이 SSG닷컴(왼쪽)과 비욘드 신세계(오른쪽)에서 서로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SSG닷컴, 신세계백화점 앱 캡처

업계 일각에서는 비욘드 신세계 출범이 계열 분리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이끄는 백화점 부문이 SSG닷컴에서 벗어나 자체 이커머스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비욘드 신세계를 출시했다는 것이다.

현재 SSG닷컴은 이마트(45.6%)와 신세계(24.4%)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 중인 그룹 내 유일한 회사다. 계열 분리를 위해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장사는 상호 보유 지분이 3% 미만, 비상장사는 10% 미만이어야 계열 분리 요건이 충족된다.

그래픽=정서희

비상장사인 SSG닷컴은 이마트 또는 신세계 측에서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마트 보유 지분이 더 높은 만큼, 향후 조정을 통해 SSG닷컴이 이마트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다만 신세계백화점 측은 이러한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비욘드 신세계는 별도의 결제 및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 SSG닷컴과 완전히 분리된 플랫폼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SSG닷컴 외에 백화점 제품을 온라인에 노출하는 플랫폼이 하나 더 늘어난 것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