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작년 도입한 '쇼핑 제휴 프로그램'이 크리에이터들의 수익 구조를 바꿔놓고 있다. 광고, 협찬, 조회수 기반 수익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콘텐츠 내 제품 구매가 연결될 때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이 주된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유튜브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 영상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형 커머스'로 진화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생활 꿀팁 채널 '소개팁(권동현·이예린 씨)'과 뷰티 크리에이터 '스칼렛언니'를 인터뷰했다. 두 채널의 구독자 수는 각각 약 36만명, 10만명가량이다. 구독자 수가 수백만을 넘는 대형 채널이 아닌데도 유튜브 쇼핑을 통해 전업 유튜버로 전향할 수 있을 만큼 수익 기반을 확립했다고 한다. 이들은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 덕분에 수익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했다.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은 작년 6월 도입됐다.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처음이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크리에이터는 간단한 등록 절차를 거쳐 제휴사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제품을 콘텐츠에 태그해 소개할 수 있다. 제휴사는 쿠팡에서 올해 올리브영, 지그재그까지 확대됐다. 시청자는 태그를 클릭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크리에이터는 이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10일 현재 한국에서만 2만500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이 프로그램에 가입했고 95만개 이상의 영상에서 제품 태그가 이뤄졌다.

뷰티 크리에이터 '스칼렛언니'가 지난달 24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했다. /유튜브 제공

◇ 제휴 프로그램으로 크리에이터 수익 다변화

소개팁은 2023년 6월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맛집·여행·생활 리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지만 현재는 '내돈내산' 제품 리뷰에 집중하며, 쇼츠 콘텐츠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예컨대 에어컨 과열 화재 이슈가 있으면, 화재 방지 스티커와 안전도구 여러 가지를 묶은 30초 내외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운영자 권씨는 "유튜브 쇼핑 제휴프로그램 시작 후 수익이 이전보다 20배가량 증가했다"라며 "이 시점에 직장을 그만뒀다"라고 했다. 함께 채널을 운영하는 권씨의 아내 이씨는 "태그한 제품뿐 아니라, 태그한 링크를 시청자들이 타고 제휴사로 들어간다. 쿠팡, 올리브영, 지그재그에서 구매한 모든 제품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라고 했다.

스칼렛언니는 화장품 회사 연구원 출신으로, 2021년부터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다. 짧은 영상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2023년 퇴사 후 롱폼 제작을 병행하게 됐다. 스칼렛언니는 "기존에는 브랜드 광고 의존도가 높았지만, 쇼핑 수익 도입 이후 플랫폼 수익 비중이 급격히 확대됐다"라며 "국내 20~3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조회수 기반 수익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 크리에이터는 증가한 수익을 콘텐츠에 재투자

스칼렛언니는 "쇼핑 제휴 프로그램으로 수익이 추가되면서 콘텐츠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을 채용해서 계정을 더욱 탄탄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됐다"라며 "브랜드와 협업할 때도 판매량으로 입증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소개팁 채널은 협찬을 일절 받지 않는다. 이씨는 "공동 구매나 협찬 제품을 써봤지만, 안 좋은 제품을 좋다고 말할 순 없었다"라며 "앞으로도 쇼핑 제휴프로그램의 태그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생활 꿀팁 채널 '소개팁'을 운영하는 권동현·이예린 씨가 지난달 24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했다. /유튜브 제공

◇ 새로운 생태계 구축하는 유튜브

유튜브는 단순히 쇼핑 기능을 콘텐츠에 포함한 게 아니라, 영상·콘텐츠 기획력과 커머스 전략이 결합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랜드·유통·콘텐츠 기획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스칼렛언니는 "작은 채널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핵심은 쇼핑을 잘하는 것"이라며 "구독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콘텐츠가 유튜브 쇼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도 사고 싶은 제품인지, 구독자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면서 콘텐츠를 제작한다"라며 "크리에이터가 파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가치'다. 불편함이 해결된 경험을 공유해야 시청자와 함께 경험을 나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권씨는 "남이 한 제품은 안 한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과 모방은 다르다"라며 "준비해 둔 영상이라도 다른 채널에 먼저 올라오면 올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시행착오에 대비하고,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수익 없이 버틸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씨는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은 콘텐츠를 얼마나 잘 제작했느냐, 알고리즘에 얼마나 노출되고 있느냐에 따라 수익이 하루에 그치지 않고 일주일 이상까지도 지속된다"라고 했다. 또 "콘텐츠를 만들 때도 제품이 진짜 좋아서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접근하게 된다. 광고 딱지가 붙지 않으니 시청자들도 거부감없이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시청 지속률과 전환율도 더 좋아졌다"라고 덧붙였다.